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재계가 내년 시행을 눈앞에 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2015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제단체들은 우선 국제동향을 감안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세계 주요국들도 기후변화는 전 세계 공동대응이 필요한 문제라고 인식해 일부 국가만 감축의무를 부담하는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고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산정근거’를 명확히 밝혀줄 것도 요구했다. 배출권 거래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기 때문에, 금전적 의무 부과에 걸맞은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17개 업종에 대해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과 업계 추정치 간 차이가 커, 배출권 부족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추정치도 내놨다.

국가 온실가스 BAU를 전면 재산정해달라는 요구도 제시했다. 이들은 정부가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BAU를 산정하고도 2013년 산정 BAU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지표, 에너지 설비 비중, 산업구조 등이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계와 관련 전문가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날 공동건의문을 발표한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투자를 위축시키면서도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되지 않는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환경기술 개발 등의 지원을 통해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조목조목 반박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 할당대상업체 별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에 대해 타업체와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기업들이 자신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에 따라 자율적으로 직접 감축활동을 하거나 시장에서 배출권 매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관련 법령을 제정했고, 201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배출권거래소로 한국거래소를 지정한 바 있다. 또 5월에는 할당대상업체 별 배출권 할당기준 및 할당량 산정방법, 온실가스 배출량 인증기준 및 세부절차, 외부사업 인정기준 등이 포함된 고시를 제정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이번에 밝힌 배출권거래제 연기 요구의 주요 논거는 지난 6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으며, 환경부는 이미 이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환경부는 우선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은 기업 현실을 고려하기 위해 법령 제정 시 이미 시행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당초 2013년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가 입법 과정에서 내년으로 늦췄다.

제도가 시행되는 첫 3년간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배출권 할당을 100% 무상으로 하기로 했으며, 수출주력 업종은 첫 3년간의 1차계획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100% 무상으로 할당하기로 정한 바 있다.

전경련 등이 주장한 ‘국제 동향’에 대해서도, “배출권거래제는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 중국, 일본, EU 등을 포함한 38개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EU는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했으며, 뉴질랜드와 스위스는 2008년, 미국 동북부 9개주는 2009년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지난해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다. 일본은 동경과 교토 등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2010년부터, 중국은 7개지역에서 지난해부터 거래제를 시작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전국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배출권 부족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3년간 최대 27조5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추정치에 대해서도 “산업계가 주장하는 추가부담액은 자체적인 배출전망에 근거한 것”이라며, “(2015~2017년 사이) 할당계획에 따른 감축비용은 1조1000억∼2조7000억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산업계가 추정한 27조5000억원의 과징금 시나리오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현재 할당계획에 추가할당 및 시장안정화 조치 방안이 마련돼 있어,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도 밝혔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전면 재산정 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배출허용총량 산정시 로드맵 BAU와 로드맵에서 완화된 감축률(전체 업종별 10%)을 동시에 적용했기 때문에 “산업계 입장은 이미 반영됐다”고 밝혔다. 신증설 배출전망 역시 배출허용총량 산정 과정에서 이미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는 오히려 과다할당과 감축부담의 중소기업·일반국민 전가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현재 시행 중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 비해 배출권거래제가 감축비용을 보다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2009년 도입된 목표관리제에 따라 대상기업들은 매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에 따른 감축량을 할당받고, 이행결과를 정부에 보고하고 있다.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과태료를 부과받고 있다.

이에 비해 배출권거래제는, 할당받은 배출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들여 과태료를 면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목표관리제에 비해 배출권거래제의 비용절감 효과가 6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9%, 환경정책평가연구원 43%의 비용절검 효과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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