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둘러싼 첫번째 라운드 승자는 플랫폼 기업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19일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대상으로 사전 지정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올해 설 전후 발표하겠다던 정부안은 지난 7일 다른 대안을 찾는 등 사실상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도입 시기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법안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은 업계가 가장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들이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들의 입김과 언론의 집중 타격 등에 결국 공정위가 플랫폼 대기업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10여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공정위의 재검토 입장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참여연대는 ‘플랫폼 대기업에 굴복하는 정부와 공정위, 한심하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플랫폼 업계는 혁신을 저해하고 무역합의를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한다. 그러나 플랫폼법은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차단하고, 플랫폼 기업들 간 경쟁을 촉진해 플랫폼 생태계에 공정한 경쟁을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즉 오히려 독과점 기업의 독식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진입해 건강한 경쟁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틀렸다. 플랫폼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유럽연합은 이미 이달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를 시행했으며, 3월부터는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를 시행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의 멀티호밍 제한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게 된다.

또, 플랫폼 업계는 플랫폼과 소상공인, 기업, 소비자 등 플랫폼 이용자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은 과도한 수수료,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등 그동안 불공정 거래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 왔으나,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플랫폼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의 대등한 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플랫폼에 락인(Lock-in)된 소비자들은 권리 침해에도 속수무책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7일 발표한 플랫폼법 제정 관련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4.3%는 플랫폼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로 인해 사업장에 가장 큰 피해를 줘 규제가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직방·다방 등 부동산 플랫폼(30%)’, ‘배민·쿠팡이츠 등 음식배달 플랫폼과 야놀자·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29.1%)’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을 꼽았다.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는 14.2% 였다.

파급력이 큰 거대 플랫폼의 시장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으며, 공청회와 다수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정위가 이미 독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 또한 플랫폼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신속히 추진해 달라 강조한 바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의 취지 등 업계를 설득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온라인 플랫폼 독점과 불공정 규제할 입법 시급
• 관련기사 ㅣ “이커머스 시장, 플랫폼 의존도 낮춰야 경쟁력”
• 관련기사 ㅣ 중단됐던 온라인 플랫폼 ‘갑질 규제’ 부활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