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면서 물가 하향 흐름이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긴장감을 내비친 이유는 최근 2%대로 진입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달만에 다시 3%대로 반등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2023년 1월에만 해도 1년 전보다 5%가 상승하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6월(2.7%)과 7월(2.4%) 두 차례 2%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뛰어오른 뒤 두달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10월에는 3.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연말 들어 점차 감소하더니, 새해 1월에는 2.8%로 6개월만에 재차 2%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물가관리 목표로 제시한 2%가 눈앞으로 다가온 듯 보이면서,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관리에서 경기대응으로 바뀔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고물가에 대응해 고금리를 유지해왔지만, 물가가 안정세를 찾으면 경기부진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2월 들어 재차 3%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하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지속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게다가 가계가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부담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측된다. 가계가 민감하게 체감하는 신선식품이나 생활물가 등 밥상물가의 수준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은 20%나 껑충=대표적으로, 생활물가가 1년 전인 2023년 2월보다 3.7%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작성 품목 458개 중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생활물가 중에서도 식품은 1년 전보다 5.4%, 식품이외는 2.6%가 상승했다. 특히 식품의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생활물가와 더불어 크게 상승한 것이 신선식품 가격이다.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0.0%나 상승했다. 신선과실이 141.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신선채소도 12.3%로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과일의 경우 귤(78.1%), 사과(71.0%), 배(61.1%), 토마토(56.3%) 등이 일제히 올랐다. 

이 밖에 전기료(4.3%), 도시가스(5.6%), 지역난방비(12.1%), 상수도료(2.7%)도 높은 상승률로 가계경제에 부담이 됐다. 

◇정부, 식품업계 압박 나서=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밥상물가가 들썩이자 정부는 식품업계 등 민간기업에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최상목 부총리는 “조속한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동참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류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올해에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처럼 민간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식료품발 물가반등이 석유류로 이어질 경우 물가불안이 오히려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2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대해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석유류 가격의 전년 대비 하락폭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중동지역 불안 및 OPEC+의 자발적 감산 연장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기상여건 악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 물가불안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불안이 계속될 경우, 금리 인하 역시 상당기간 늦춰질 수 있어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담 역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