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각지에서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가 빈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전·경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대전지역에서 확인된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자가 320채 33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 경산의 경우 22채 200세대로 파악되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30채 290세대의 피해가 확인됐다고 한다. 

대책위는 “이처럼 피해주택 대비 피해자가 10배수 가량 발생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다가구주택의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1990년 정부는 다가구주택을 건설교통부의 시행 지침사항으로 만들어 냈지만, 그 후 30여년 간 다가구주택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가구주택 세입자 보호 허점 뚜렷=대책위가 지난 6일 연 기자회견에서, 세입자114 운영위원장인 김태근 변호사는 “다가구주택은 법률상 단독주택임에도 불구하고, 1집에 최대 19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기부상 집주인은 1명이지만, 그 집에 최대 19가구까지 거주할 수 있는 유형이다. 이 경우 세입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순서가 늦을 경우 우선순위도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에게 기존에 입주한 세입자의 선순위 전세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안전하다는 설명만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다가구주택 세입자 보호는 전세사기가 크게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에야 마련됐다. 2023년 4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의 다가구주택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2020년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선순위 보증금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주택임대사업자의 다가구주택이 아니라면, 한국의 다가구주택 세입자는 2023년 4월17일까지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인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전세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지만, “사후적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임대인의 다가구주택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사각지대에 있다=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은 경매절차 중단과 우선매수권, 공공기관 매입 등의 안전장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또한 다가구주택에서는 유명무실하다. 

김 변호사는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세입자가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를 중지할 수 없으며, 다가구주택의 규모로 인해 세입자의 우선매수권 행사도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게다가 LH공사가 선순위 담보권이 없는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문제라고 했다. 선순위 담보권이 있는 다가구주택의 매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다가구 전세사기 주택을 실제 매입한 사례도 없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는 소액보증금 기준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이때문에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세입자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우선변제금 상당의 전세금 채권 선구제 방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순위 채권 매입을 통한 다가구주택에 대한 경매절차 연기 및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주택 관리방안”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여기에 “현재 마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의해서도 다가구주택의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늘도 경매로 인해 집단 퇴거해야 하는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법 개정과 다가구주택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