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릴만 돌려도 다르다. 되게 부드럽게 감기네.”

지난 8일부터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한국국제낚시박람회(KOFISH 2024) 전시장을 둘러보던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하던 말이다. 진열돼 있던 릴을 직접 들고, 감기까지 해본 관람객들은 자기의 손에 잘 맞으면서도 가벼워 손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 500만명이었던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명으로 늘었고, 2015년 677만명, 2016년 767만명, 2018년 850만명으로 증가했다. 여가시간이 확대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최근에는 낚시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했다. 여성 낚시 인구도 급증해 전체 낚시 인구의 20%가 여성 조사(전문 낚시인)일 정도다. 

낚시 문화도 바뀌었다. ‘도시어부’ 같은 TV 프로그램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낚시도 하면서 요리도 함께 즐기는 문화가 확산한 것이다. 이는 젊은 층을 비롯한 많은 낚시 입문자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국국제낚시박람회 사무국 신영호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의 트렌드는 바다낚시, 선상낚시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보트 같은 해양레저 스포츠와 낚시를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국제보트쇼와 함께 박람회를 여는 이유”라며, “2019년에 낚시협회와 경기도가 MOU를 맺고 박람회를 통합 개최하기로 했는데,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낚시 박람회만 단독 개최하다가 2022년부터 통합 개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에 따르면, 총 143개사가 500부스 규모로 참가했는데, 통합 개최한 국제보트쇼까지 합하면 총 381개사가 1850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이전에는 낚시하면 전문가들이 즐기던 고급 취미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생활 낚시로의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낚시용품 역시 국내 실정과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낚싯대 전문생산업체인 ㈜N·S(엔에스)는 1988년 창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낚시 강국인 일본 기업의 갯바위대, 선상 우럭대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OEM 기업이었다. 그러다 OEM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1990년대 후반, 자체 브랜드인 블랙홀(Black Hole)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개발부 진중배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배스대를 만들었는데, 지렁이를 미끼로 껴서 하는 낚싯대가 아니라 인공미끼를 써서 깔끔하고, 편하게 낚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처음에는 시장의 반응이 냉랭했다. 하지만, 배스 잡기 대회 등을 꾸준히 개최하면서 인지도를 쌓아갔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배스를 낚시할 때 대가 더 길고 센 것을 많이 사용하고, 잡을 때도 터프하게 확 낚아채며 잡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낚시하면서 손맛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니즈를 잘 충족시켰다”고 덧붙였다.

이후 쏘가리 전용 낚싯대와 무늬오징어 전용 낚싯대를 차례대로 선보인 엔에스는 최근 트렌드인 바다낚시 용품의 강자로 떠올랐다. 

진중배 부장은 “이전에는 손맛 위주로 낚시를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손맛도 보고,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낚시를 선호한다”며, “아무래도 불경기다 보니 좀 더 저렴한 낚싯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저가 라인부터 원자재에 카본을 써 가벼운 고가 라인까지 다양하고, 갯바위 낚싯대 하나로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던 업체에서 2008년 릴 전문제조업체로 나선 기업도 있다. 

㈜코커스 최재용 과장은 “낚싯줄을 풀거나 감을 때 사용하는 릴은 낚싯대라는 주축과 그 안의 실과 모든 것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이나 기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해외 제품보다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제작하기 때문에 손이 작은 사람들도 손쉽게 릴을 선택할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최재용 과장에 따르면, 이전의 낚시는 파워풀한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섬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크기는 작게,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다. 

그는 “낚시 관련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생활 낚시가 많이 늘었다. 따라서 과거에는 배스, 숭어 등 민물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쭈꾸미, 낚지, 갑오징어, 문어 등 바다에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며, “이에 맞춰 릴 무게도 157g, 135g짜리로 점점 경량화했고, 문어 같은 어종이 쭉 당겨지면서 낚싯대가 안 부러지게 감기는 모델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코커스는 4월에 생산해 판매 예정인 108g짜리 릴을 이번 박람회에서 처음 소개해 관람객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낚시를 즐기는 인구의 비율이 높은 일본은 몇십 년 전부터 낚시용품 강국으로 불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이런 일본의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선보인 업체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65년간 낚시 토탈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한 다이와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 공장을 두고, 각 나라의 필드에 맞춰 전용제품을 만들고 있다. 다이와의 한국 지사인 한국다이와㈜ 역시 한국의 실정에 맞게 설계하고, 공장에 넘기면 그대로 제조해 국내에 소개한다.

최원제 마케팅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대상어마다 맞는 낚싯대가 다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좀 더 편리하게 잡을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며, “보통 소비자들은 가벼우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낚싯대를 찾는데 그건 모순이다. 가벼우면 잘 부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도 제조사의 역할이기 때문에 항상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선상낚시가 주도하고 있다. 선장이 포인트에 데려다주고 잘 알려주다 보니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산했다”며, “좀 더 액티비티하고 재미있게 낚시를 하는 방법은 워킹 낚시다. 자기가 직접 해안을 걸어 다니면서 포인트를 찾아가 공략하는 워킹 낚시야말로 진정한 낚시라 할 수 있다”고 이를 추천했다. 

100여년전부터 구동계 등 자전거 부품을 만들던 기술력을 낚시용품에 그대로 가져와 60여 년간 낚시 릴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일본 기업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시마노(SHIMANO)의 공식 파트너사인 ㈜윤성F&B 관계자는 “자전거 체인의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는 원리로 릴을 만들었다. 릴 안에 메인 기어가 있고, 검지 손가락 크기의 샤프트 기어가 있다. 그 옆으로 서브 기어가 있다. 이 세 개가 맞물리면서 릴이 돌아간다”며, “아무래도 자전거 구동계를 만들던 기술력이 접목됐기 때문에 좀 더 정교하고, 큰 물고기가 걸리더라도 릴이 부드럽게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이어 “어종에 따라 릴의 무게와 크기와 달라지지만, 대체로 모든 장비가 경량화되고 내구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옛날에는 황동 기어를 썼다면 지금은 미세하게 가격이 오르더라도 특수소재를 사용한 기어를 적용해 크기도 작고, 가볍더라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낚시인이라면 틈이 날 때마다 언제든지 채비를 한 후, 홀가분하게 자기가 원하는 포인트로 떠나는 것이 꿈이다. 

에스텍마린㈜은 바다에서 생활 낚시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고무보트를 우리 기술로 만들어 선뵀다. 

최민재 과장은 “접어서 SUV 뒷자리에 싣고, 자신이 원하는 포인트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엔진까지 다 포함해 400만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근래 들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피싱 플랫폼 ‘어신’을 개발한 ㈜애쓰지마(SGMA, Sharning·Great·Magical·Achievements)는 정보가 생명인 낚시를 좀 더 수월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동현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낚시인들이 한 번 출정하기까지 수십가지의 변수를 분석한다. 기상청을 비롯해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에 의존해 날씨나 풍향 등을 알아내는데, 이렇게 쓰는 시간만 해도 엄청나다. 게다가 어렵게 알아낸 정보마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낚시를 언제, 어디로 가면 어떤 어종이 잡힐지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그 방법은 애쓰지마가 구축한 자체 기상시스템이다. 임 대표는 “전 세계에서 나오는 기상 로우 데이터가 있다. 그것들을 다 모아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MM(Multi Modeling) 향상률 기술을 통해 여러 데이터에서 생긴 오차의 범위를 보정해 더 확률 높은 기상 값을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어신 앱에 인증 사진을 남기면 이미지를 분석해 어떤 어종을 어디에서 잡았고, 그날의 날씨가 어땠는지 등 약 25개의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로 저장한다고 한다. 이런 정보들이 쌓여 후년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앱 출시 3년 만에 낚시 정보서비스 분야에서 트래픽 1위를 달성한 어신은 진성 낚시인들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사용자 중 70%가 회원가입자일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향후 어신은 날짜, 선박, 어종, 사람 수 등 쉽게 선박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고, 오는 7월에는 쇼핑몰도 오픈한다.  

수협은행과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일환으로 락씨(樂SEA)카드도 선뵀다. 임동현 대표는 “낚시 인구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준비해 3월7일에 출시했다”며, “낚시인들이 배를 타면 승선비를 내야 하는데, 보통 8~12시간 타는데 10~30만원이 든다. 락씨카드로 어신을 통해 예약하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인된 10%는 소상공인인 선주에게 물리는 것이 아니고, 수협은행과 비씨카드그룹에서 투자해 다시 낚시인을 위해 환원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도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모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H수협은행 미래혁신사업추진실 강대우 실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앱 서비스 중, 금융서비스 외에 비금융 부문에서 고객이 좀 더 머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어신과 협업해 작년 7월에 어촌 관광활성화와 어민을 위한 바다고(GO)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카드까지 함께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락씨카드를 이용하면 승선비 할인뿐만 아니라, 제휴를 맺은 지역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낚시용품을 구매하면 2~5%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