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에 대한 특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특허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또 나왔다. 특히 기술이 비교적 단순하고 모방 출시가 손쉬운 제품에 특허를 적용하려는 기업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특허청 특허심판원은 홈쇼핑 히트상품 ‘속뚜껑이 있는 김치통’ 특허(실용신안등록 제465164호)를 무효라고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락스타가  ㈜이지앤프리에 대해 제기한 이번 특허무효심판에서, 특허출원 전에 제품이 홈쇼핑을 통해 공개된데다, 출원시 ‘공지예외’ 주장도 하지 않아 특허의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속뚜껑이 있는 김치통

왼쪽은 기존 속뚜껑이 없는 김치통, 오른쪽은 속뚜껑이 있는 김치통. 속 뚜껑을 눌러 김치의 건더기를 국물에 잠기게 함으로써 공기에 의한 김치의 산패를 방지할 수 있는 김치통이다.<자료=특허청>

‘속뚜껑이 있는 김치통’은 홈쇼핑 등에서 ‘황토 누르미’, ‘김치 누르미’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우리 조상들이 김치에 ‘누름돌’을 올려 건더기가 국물에 잠기도록 한 원리에 착안한 것으로, 속뚜껑이 김치의 산패를 막아 김치 맛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지앤프리 제품은 속뚜껑의 공기 배출구와 테두리 구성을 개선해 종래 제품에 비해 공기의 배출이 쉽고, 속 뚜껑을 부드럽게 누를 수 있도록 개량된 제품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지앤프리는 2012년 1월 홈쇼핑을 통해 먼저 광고를 한 후 2012년 10월에 특허출원을 했다. 특허출원 전에 제품이 공개됐다는 증거가 명백해 특허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지예외’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이지앤프리에 뼈아픈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 특허출원 전에 신제품을 광고하거나 판매한 경우라도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구제책이다. 공개 이후 1년 이내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공지예외’ 주장을 하면, 특허법 제30조에 따라 특허의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제품을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 광고한 날짜가 각각 2012년 1월, 2011년 10월20일이고 특허출원일이 2012년 10월17일이어서, 제품의 광고나 판매가 특허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이뤄졌다는 요건은 충족됐다. 출원시 공지예외 주장만 했다면 피해를 면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특허출원 전에 광고나 제품출시 등으로 불가피하게 기술이 공개된 경우에는 특허출원 시 반드시 공지예외 주장을 하는 것이 무효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밝히며, 창의적 아이디어 보호를 위한 개선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지예외 주장을 반드시 특허출원 시에 하도록 하고 증명서류도 30일 이내 제출하도록 돼 있는 것을, 공지예외 주장이나 증명서류 제출시기를 특허등록 전까지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한편 지난 1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주식회사 락앤락과 주식회사 한국도자기리빙 간의 디자인무효심판사건에서도 한국도자기리빙의 디자인이 출원 하루 전에 인터넷 매체에 공개돼 디자인권이 무효로 판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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