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도 하반기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10일 펴낸 ‘미 2024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 및 금융시장 반응’ 보고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3월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3.2%)보다 반등한 것이다. 반등 자체는 시장이 예상한 바였지만, 폭은 시장 예상치(3.4%)를 웃돌았다.

한달 전에 비해서도 0.4%가 올라, 2월(0.4%)과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이 또한 시장 예상치(0.3%)보다 높은 수준이다. 

계절이나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2월과 같았는데, 마찬가지로 시장예상치(3.7%)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및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며 1·2월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한데 대해, 시장 참가자들이 “디스인플레이션 진행이 정체되거나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품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커졌고, 주거비 상승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주거 제외 근원서비스 인플레이션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서비스 물가상승률은 1월 0.85%에서 2월 0.47%로 주춤했지만, 3월 들어 다시 0.65%로 반등했다. 

보고서는 “예상보다 강한 물가보고서 발표 이후 연준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금리는 큰 폭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했으며,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장참가자들은 금리인하 시점이 6월 이후로 늦추어지거나 이후 인하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으며, 일부 기관들이 연준의 금리경로 전망을 이전보다 매파에 가깝게 수정했다면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수정된 전망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바클레이즈는 첫 금리인하 시점을 당초 6월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9월 또는 12월로 변경했다. 올해 중 인하횟수 역시 3회에서 1회로 줄여잡았다. 

바클레이즈는 3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근원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금리인하가 더 줄어들 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또 연준이 올해 9월 한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거의 같은 확률로 12월로 연기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첫 금리인하 시점을 6월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전망을 7월로 변경했다. 3월이 계절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에 유리하다면서, 3월 근원 CPI가 2월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진행이 정체되고 있다는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BMO 역시 금리인하 시점 기대는 3분기로 미뤄졌으며, 0.75%p의 인하폭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수정하며, 연준이 올해 중 7월과 11월 2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당초에는 올해 중 세 차례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UBS 역시 첫 금리인하 시점을 6월에서 9월로, 올해 중 인하횟수 3회에서 2회로 바꿨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4월 물가가 더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는 지난 1월과 2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부터 확산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있지만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금통위는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