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축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로 한 데 대해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방향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3월말부터 4월초 사이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59개 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98%가 4월 금통위에서 한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0.25% 인하와 0.25% 인상이란 응답이 각각 1%씩 있었다. 

금통위는 세계경제에 대해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주요국별 경기 상황과 물가 둔화 속도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1%까지 줄어들었으나 2월 3.2%, 3월 3.5%로 오히려 반등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의 전망치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결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됐다. 결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향후 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내놓았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향후 성장경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미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에 주로 영향받아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강세, 주변국 통화의 약세 등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 증가세 둔화와 기타대출 순상환 지속으로 감소했다.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지속했다. 금통위는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최근 국내 물가상승률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과 같은 2.1%를 유지했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2.4%로 낮아졌지만, 농산물가격과 국제유가 상승 등이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하반기로 미뤄진 이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