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한 2014년 제1차 동반성장포럼이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됐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와 법제화 주장이 날이 갈수록 격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주관기관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양측의 주장 사이에 낀 모양새다. 동반위는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법제화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그 역할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해 열린 2014년 제1차 동반성장포럼에서 서울대학교 곽수근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 정책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입법이 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자의 이기적 선택으로 산업 경쟁력의 저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민간협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위반 시 사회적 압력 이외에 제재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과 “서비스 산업의 경우에는 전국을 동일한 기준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들며 “지방자치단체나 중소기업 관련 지원단체와의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또 “적합업종 만능론과 적합업종 해독론의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밝혔다.

중소기업 문제의 원인으로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지향 경제정책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중소기업의 대기업에의 종속화 ▲중소기업 정책의 이념과 가치 부재 등을 들었다. 이로 인해 규모간, 지역간, 업종간, 수출 내수간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세전순이익률 격차는 2009년 1.98%p에서 2010년 5.82%p로 늘어난 것이 그 예다. 우수한 인재가 대기업에 쏠리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또 ▲고용기회 위축 ▲중산층의 감소 및 서민층의 생활고 가중 ▲창업과 기업가 정신 실종 등을 야기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준법과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공유가치(CSV)로 확대되고, 윤리경영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동반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법제화에 대한 입장도 곽 교수의 주제발표와 유사한 면이 많다.

동반위는 지난 6월 발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의의와 쟁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를 통해 시장경쟁과 형평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가 강화돼 중소기업의 신규진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견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제화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전의 고유업종 제도는 정부가 직접 지정하고 시행령 별표에 이를 명시하며 이를 위한반 경우 법적 제재를 받게 돼 있어서, 법으로 일단 정해지면 폐지가 힘들고 어떤 업종을 중소기업의 고유한 사업영역으로 지정할 것인가가 더욱 논란의 대상이었다”며 “목표달성 후에도 레드테이프로 남아 손톱 밑 가시로 작용할 소지가 많았으며, 따라서 당면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사회 발전을 이루기보다 억제효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컸다”고 밝혔다.

또 “법에 근거한 강제적 규제는 오히려 대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해주어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적합업종을 법제화할 경우 “상호주의에 입각한 국제무역관행에 있어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실제 OECD, WTO, 미국상공회의소 등 국제기구에서는 현재 한국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적합업종 법제화 vs 폐지 대립 격화 


같은 날 중소기업중앙회는 ‘제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대기업 적합업종 해제신청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성명서를 채택해 동반성장위에 제출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도입 3년째인 올해, 적합업종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대표적 성과로, 대기업의 무차별적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버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대기업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요체인 ‘적합업종’을 해제하기 위한 일체의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진정성있는 자세로 적합업종 재합의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위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와 합리적 역할분담을 통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설립목적 및 역할을 재인식하고, 모호한 중간자가 아닌 책임있는 추진주체로서, 악의적 왜곡 및 해제시도에 단호히 대처하고 적합업종 보완·발전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책위 회의에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김성진 변호사는 “대기업의 계속되는 왜곡에 더 이상 선의에 기댈 수 없는 만큼, 적합업종 법제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고, 대기업에서 주장하는 FTA, 통상마찰 주장도 있을지도 모르는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위평량 박사는 ‘중소기업적합업종, 필요성에 관한 검토’ 주제발표를 통해, 제도의 경제적 효과가 단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감안해 적합업종제도 합의기간을 현행 3+3년에서 5+1~3년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중소상인 도소매 적합업종 추진협의회’ 등 중소기업계는 지난 10일 전경련 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편에 서서 중소상인들을 기만하는 동반성장위원회라면 차라리 해체하고, 중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전경련은 17일 ‘중기 적합업종제도 분석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1년에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성장성·수익성은 물론 경쟁력 확보에도 실익이 적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명지대 경제학과 빈기범·우석진 교수에게 연구의뢰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지정은 해당 업종 내 중소기업의 총자산성장률, 총고정자산성장률 등 성장성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ROA(총자산순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중소기업의 수익성과는 뚜렷한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양측의 대립은 향후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가 진행되면서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합의기간이 만료되는 중기 적합업종 82개 품목 중 중소기업계는 77개 품목에 대한 재합의 신청을 한 반면, 대기업계는 50개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재합의를 해제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동반성장위는 신청접수된 77개 품목에 대해 실태조사 등을 거쳐 7월 하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율합의를 먼저 시도하고, 자율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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