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서, 세간의 시선은 새로 뽑힌 22대 국회의원들에게 모이고 있다. 새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은 누가 될지도 관심사고,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간 기싸움도 벌써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 국회 회의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1대 국회의원들이다. 새로 뽑힌 2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5월 30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임인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아직도 40일은 남아있다는 의미다. 

국회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임에게 큰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 게다가 중대한 의사결정은 앞으로 임기를 수행해갈 후임이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 입법은 이런 통념과 차이가 있다. 22대 국회는 임기 시작과 함께 국회의장 선출부터 상임위 배분과 원 구성 등 필수적인 과정을 우선 밟아야 한다. 당면한 민생입법을 21대 국회가 처리해주지 않는다면, 민생입법이 필요한 국민들은 새로운 국회가 또다시 입법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오랜 기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협의 6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상생협의 6법에 대해 “날이 갈수록 거듭되는 원자재와 인건비 인상, 이자부담으로 한계에 내몰린 중소상인, 중소기업들에게 대기업 본사, 원청과 상생협의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용을 보면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개정안은 가맹점주나 대리점의 단체 구성과 협의권 도입 등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거래조건 협상을 위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방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열악한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 공정한 플랫폼 환경을 만들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수탁기업의 협의권을 강화하는 상생협력법 등을 모두 묶어 상생협의 6법이라고 부른다. 

이중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담당 상임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사위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류시한을 넘기면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직접 회부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소상공인·시민단체들은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같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끝끝내 민생을 외면한다면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이 힘을 합쳐 두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민생법안들이 22대에서 처리되리란 보장은 없다. 특히 오랜 기간 입법을 촉구해왔음에도 진전이 없었던 을들을 위한 입법추진이 이대로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말 속도가 붙은 을들을 위한 민생법안 처리를 21대 국회가 마무리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의 갑을 관계는 현격한 협상력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상생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해서 모든 갑질이 일소된다는 보장 또한 없다. 하지만 갑을 관계의 배경인 협상력 차를 줄이기 위해, 을들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21대 국회는 얼마남지 않은 임기 내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살리는 상생입법을 반드시 완성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임기 시작을 앞둔 22대 국회 또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을들을 위한 입법에 보다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