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민간업계를 만나 “물가 안정 협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4월 들어서만 식품과 유통, 주유소 등 각계를 수차례에 걸쳐 접촉하고 있다. 

2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1차관이 롯데마트맥스 영등포점을 방문해 주요 공산품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관계자들을 만났다. 

산업부는 이날 간담회의 취지에 대해 “정부는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지속 확대해나가는 한편, 최근 인상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공산품 가격안정을 위해 유통업계와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환율에 따른 수입원가 상승, 임금 인상 등 제조원가 상승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물가상승을 크게 자극하지 않게끔 가급적 인상시기를 늦추고 인상폭을 최소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가격 조정상품에 대해서는 사전고지 등 충분한 설명을 통해 국민들이 소비생활을 예측 가능하도록 하고, 필요시 조기구매를 통해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해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민간에 대한 “협조 요청”은 지난해부터 이어졌고, 4월 들어 특히 급증했다. 밥상머라 물가 불안이 심해지면서, 주부무처인 농식품부는 4월에만 수 차례에 걸쳐 민간기업을 만나 “협조 요청”을 반복했다. 

이달 1일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육가공품 제조공장을 방문해 축산물 수급 및 가격 상황을 점검하고 주요 육가공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는 봄나들이철을 맞아 햄·소시지 등을 제조하는 업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송 장관은 “할당관세 등 육가공업체의 원가 부담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할당관세 효과를 반영해 제품가격 안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8일에는 한훈 차관이 농심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병학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 주력 가공식품의 가격 동결 계획을 밝힌 농심을 격려했다. 이날 한훈 차관은 “앞으로도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식품기업을 순차 방문해 현장 애로를 듣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일에는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이 교촌에프앤비 본사를 방문해 “정부가 업계 경영부담 완화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외식기업도 원가절감,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면밀히 살펴달라”고 주문했다. 

또 송미령 장관은 22일 닭고기 공급업체를 방면해 수급상황을 점검하면서 “앞으로도 계열화사업자가 중심이 돼 계열농장의 방역관리를 강화하고, 생산기반을 확대해 닭고기 가격안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농식품부도 닭고기 납품단가 인하지원을 연말까지 추진해 소비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밥상머리 물가에 이어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석유업계와 “가격 안장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산업부는 정유4사, 알뜰주유소 3사, 석유협회와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었다. 4월 들어 중동정세가 급속도로 불안해지면서 석유가격이 상승한데 따른 대응이다. 

산업부는 이 회의에서 “유가상승 시기를 활용해 석유가격을 과도하게 인상을 하는 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분석”했으며, “업계에 가격안정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 공급가격과 직영주유소 판매가격 인상을 자제하며 국민부담 완화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민간압박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제로 열린 물가안정 관련 현안간담회에서 정부는 “식품업계에서도 원가 하락분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하는 등 국민 부담 완화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세제·샴푸 등 생필품도 대형편의점·마트 등에서 유통마진을 과도하게 반영하지 않는지 집중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의 범위를 보다 넓히겠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