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가 며칠새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가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철회키로 함에 따라 시장이 반응을 나타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과연 그런가? LTV나 DTI 그리고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이 주택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시장이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LTV, DTI를 완화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우선 정부가 밝힌대로 ‘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할 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소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의 주택가격은 20~30% 급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3.9% 올랐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0.31% 상승했고 올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오른 강남이나 분당지역의 아파트 가격만 하락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담보대출을 푼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제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정에 따르면 LTV가 50%에서 60%로 10%포인트 올라가면 GDP 대비 가계대출은 2.0%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주택가격은 0.7%포인트 오르는데 그치고,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가격 상승폭은 더 줄고 가계대출 증가폭은 더 커진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정부가 내건 ‘LTV·DTI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살릴 것’이란 근거는 빈약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보다는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2011년 916조원에서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섰고 올 3월 현재 1024조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한데 ‘또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발상은 잘못됐다.

침체된 소비를 살려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며 2000년대 초반 무차별하게 카드를 발급, ‘카드대란’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린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가계가 수두룩하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카드로 ‘소비 먼저 하라’는 그 때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돈 빌려 집을 사라’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부채 등 위험성이 그만큼 증가한다며 줄곧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LTV, DTI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가계부채 관련 정책이며, 이를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은 실세 부총리앞에 이런 입장이 슬그머니 바뀌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빚을 내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이 옳은지, 부동산 조금 살려보겠다고 가계부채를 키우는 게 맞는지, 실세보다는 국민을 바라다보는 금융당국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