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결과 4만여명의 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방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최근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청구한 공익감사 결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책임 유무를 규명하고, 관련자 문책 요구 등이 담긴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위가 대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증권사에 대해 계열사 지원을 금지한 신탁업 감독규정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금지 규정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양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증권이 투기등급인 다른 계열사가 발행한 CP를 2006년 1조원, 2008년 7000억원 취득한 사실이 보고됐음에도 2012년까지 관련 규정의 개정필요성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이다.

금감원의 경우는 2008년부터 3년간 (주)동양의 투기등급 회사채 2조원이 개인에게 판매된 사실에 대해 동양증권을 검사한 결과 동양증권이 회사채를 불완전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양증권에 “회사채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절차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지도공문을 한 차례 발송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 계열사의 투기등급 CP와 회사채 1조5800억원이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판매됐다. 전체 회사채 발행액의 92.8%가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이다.

동양그룹의 대규모 CP발행 과정은 동양그룹이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동양증권이 개인투자자에게 회사채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사항 역시 동양증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회사채 판매나 CP발행 과정을 살피고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했어야 할 금융당국이 규정을 삭제하거나 솜방망이 주의조치로 수수방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 실무진에 대한 문책 등이 요구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뼈를 깎는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존재 이유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실무진 개개인에 대한 문책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또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당국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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