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정문 앞, 여덟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피해의 원인을 피해자의 부주의에 돌리는 듯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는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달 초 전세사기 피해자의 8번째 비보가 전해진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무책임하고 무심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피해자는 정부의 최우선 변제금 대상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었고, 정부와 국회가 6개월 후 보완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에 희망을 걸고 기다렸던 피해자는 결국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도와주지 않는 이나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참여연대 이강훈 변호사는 “지금의 제도라면 누구도 전세사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3만5000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청년, 장년,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전세사기 피해자는 발생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개인들의 부주의로 돌리기에는 허술한 정부 정책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또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신속하게 적절한 피해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희생자를 만들어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 A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희생은 정부와 여당의 외면으로 발생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평범한 개인이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모아둔 전세 보증금을 잃은 것도 모자라 전세 입주를 위해 대출받은 금액까지 갚아나야가 한다는 절망이 해소되지 않는한 비극은 되풀이 될 수 있다. 

LH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은 뒤 공공매입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완료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하다. LH는 근린생활시설로 인허가를 받은 뒤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를 포함한 불법(위반)건축물이나 반지하 및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중대한 하자가 있는 주택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이 없다. 

최우선 변제금도 못 받는 피해자, 다가구 주택 후순위 피해자, 신탁사기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을 보완한 개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 되고 있는 현재까지 국민의힘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21대 국회에서 개정법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재입법의 지난한 과정을 또다시 되풀이해야 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 특별법이 처리됐다”며, “그런데 부족해서 추가로 보완입법하기로 합의했다. 그게 ‘선구제 후환(회)수’ 제도”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28일 21대 마지막 본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개정안을 처리해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 또한 정부는 피해자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불합리한 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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