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한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를 추진하자,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대적인 부실정리가 건설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서, “현재 금융업권이 운영 중인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은 PF 특성과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 선별 및 질서 있는 정리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보다 강화된 사업성 평가기준을 제시했다. 이 평가기준이 금융업권별 규정 개정 등을 통해 반영되면, 금융회사가 연체 또는 만기연장이 많은 사업장별로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사업성 평가에 대해 건설업계가 우려를 표하자, 금융당국이 연거푸 건설업계를 만나 의견수렴과 함께 평가기준 조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부동산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열었고, 29일에는 금융감독원이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3일 회의에는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부동산개발협회, 건설산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건설사·시행사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주로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지표 활용, 평가기준 완화 적용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비주택 PF보증의 조속한 시행, 과도한 PF 수수료 개선,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정책자금 확대 등을 건의했다. 

29일 금감원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연착륙 대책 추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양한 개별 사업장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평가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회사가 평가기준을 경직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관리해 줄 것을 건의하면서, 대책 시행에 따른 시장충격 완화를 위해 정책금융기관 보증 확대, 과도한 금리·수수료 부과 관행의 지속적 개선 등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업성 평가시에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토록 하고 있고, 사업의 특수성이 인정될 경우 예외 평가하는 등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과 관련한 건설업계의 의견 중 상당 부분을 개편된 기준에 반영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엄정한 PF 부실 정리·재구조화 원칙이 저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건설업계와 논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문화재 발굴, 오염토 처리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사업성 평가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HUG 분양보증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장 매각·정리 등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평가 예외가 가능한 사례도 도시개발사업 이외에 도시정비사업,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 등으로 보다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의 PF 시장은 고금리 및 공사비 상승 등으로 PF 사업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됐고 사업장별 옥석을 구분하기 어려워 신규자금 공급마저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부실 정리를 계속 미루면 규모가 큰 건설사조차도 앞으로 감당하기 곤란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부동산 공급이 위축되면 향후 부동산 시장 수급에도 애로가 생길 수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부실정리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건설업계도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을 위해 금융뿐만 아니라 건설업계가 참여하는 PF 수수료 제도‧관행 개선 TF를 이번주에 시작했고, 신디케이트론 등 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한 자금공급 지원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PF 금융은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제대로 부실을 정리해 내지 못하면 PF 시장이 다시금 활력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이번 연착륙 대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상호 손실 분담 등을 통해 협력적인 자세로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