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수천도 충격인데 이번에는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터졌다.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의 고객정보가 한 신용평가업체 직원에 의해 대량유출된 것이다.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 신용카드사에서 관리하는 1억여명의 고객정보를 불법 수집하거나 일부를 유출한 혐의로 신용평가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이 직원은 지난해 6월 KB국민카드 고객 5200만명, 2012년 10~12월 NH농협카드 고객 25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고, 고객정보를 건넨 대가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정보 역시 빼내 자신의 집에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직원은 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위해 각 카드사의 전산망에 접근해 고객 개인정보를 이동저장장치(USB)에 옮기는 방법으로 빼돌렸다고 한다.

이에 앞서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등 카드사가 고객정보 유출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와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은행도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하는 등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잊혀질 만하면 터져 나온다.

검찰은 이번 카드사 3곳의 고객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관련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사 회원이 보이스피싱과 대출강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추가 피해사례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KB국민카드, 롯데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조모씨는 지난 9일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는 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1200만원의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NH농협, KB국민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송모씨는 대출강요 및 안내, 신용등급 하락 등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불안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미 금융기관, 포털 등의 사이트가 해킹돼 개인정보가 돈을 받고 거래되는 상황에서 내 정보만은 온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지만 이같은 피해사례를 듣다보면 불쾌함을 넘어 불안하기 까지 한 게 사실이다. 심지어 카드복제, 금융사기 등 2차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가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전 금융사를 대상으로 고객정보 유출 방지 대책 등을 점검하고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제재하면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도 놓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의 처벌은 기관경고, 몇백만원의 과태료 부과, 임원경고 등 솜방망이에 그쳤다. 앞서 터진 카드사, 보험사의 내부 직원이 고객정보를 유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와 함께 몇백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유출사건은 또 다시 발생하고 만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 거듭된 예방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를 방치한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형사처벌과 제재를 통해 다시는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고객정보 유출 시 영업정지와 과태료 상향조정 등 강력한 처벌은 물론 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구제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처럼 솜방망이 제재로는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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