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계획, 설계해서 시공, 관리하는 예술의 한 장르인 ‘조경’은 아름다움과 건강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인문학적,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만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요즘에는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개인 주택에도 ‘조경’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숲세권’을 넘어 ‘조경 특화 주택’이 최근 부동산 선택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경관에 예술미를 품은 공간은 심미성뿐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옛날에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정원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그러다 일정 이상으로 삶의 수준이 올라가고 해외의 여러 볼거리를 접하면서, 자연 풍경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 거죠.”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 공간과 시간을 찾게 된다. 눈여겨볼 점은 ‘스마트’한 세상일수록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연’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경은 ‘노동’이 되어선 안 된다.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1200평(약 3966㎡)의 상설전시관과 1000평(3305㎡)의 농장을 보유하며 조경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조경나라&꽃나라의 이정우 대표는 정원은 휴식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대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데, 꽃과 같은 녹색 식물이 주변에 있으면 편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휴게소를 꾸며주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조경나라&꽃나라는 전국의 호텔, 리조트, 카페, 주택 등을 조경하는데, 특히 사업체의 경우 사장의 마인드가 중요하고, 이렇게 꾸며진 조경은 직원의 심리적인 안정감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는 그가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했을 때부터 경험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틀 전에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800평(약 2644㎡) 규모의 옥상 조경을 완공했다. 공연장과 계류폭포(溪流瀑布)가 흐르는 식당인데, 손님들을 위한 풍경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앉아서 책을 보는 등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여러 공간도 만들어놨다”며, “조경은 직원들의 심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했던 당시 기업에서 대대적으로 경관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제품의 불량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정우 대표에 따르면, 그때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조언을 받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조경 산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변국보다 산이 많은 지형적인 특성을 살려 돌과 소나무 등 자연을 활용해 특색있게 꾸미는 것이 강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돌이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추구하는 트렌드는 있다. 

그는 “예전에는 자연석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안정성을 높이고, 고객이 원하는 단면과 색상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보강토를 활용한다”며,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근거리에서 유럽의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영국과 프랑스에서 로열티를 주고 돌을 수입해 오기도 한다”고 감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경향을 전했다.

정원은 힐링의 공간을 넘어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치유정원연구소 이주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자신이 실제 겪은 치유의 경험이 연구소를 설립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주혜 대표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우울증 비율은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그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나 역시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우울증이 있었다”며, “이 우울증을 내가 하는 일을 통해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조경을 전공한 그는 영국의 NHS(국영 의료 서비스)에서 환자들에게 ‘정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시오’라며 약 대신 처방을 하는 등 정원 활동이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증명되는 것을 보며 치유를 위한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조경회사는 많지만, ‘치유’를 위한 회사가 없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고객의 우울증을 정원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 취지로 3개월 전에 연구소를 차렸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정원이 뭔지 잘 모른다. 정원이 좋다는 건 알면서도 유행따라 혹은 조경회사에서 컨설팅 해주는 대로 따라갈 뿐”이라며, “우리는 고객이 정원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해 정원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꾸며 준다. 그리고, 그 정원의 병충해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 월동 시기에 할 일 등을 꼼꼼히 체크해 알려준다”고 했다. 

직접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정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점이 보통의 정원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이주혜 대표는 말했다.

최근 조경이 아파트 설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사면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구조물인 옹벽에도 자연적인 미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레디락(REDI ROCK)의 한국 총판인 ㈜세코락 레디락 사업부 민복기 이사는 중기이코노미에 “이전에는 25~27cm 마다 보완재를 넣어 중심을 잡아주는 보강토가 비용적으로 가장 저렴해 많이 쓰였다. 하지만, 단면이 일자로 돼 있어 예쁘지 않다 보니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자연석을 세워넣는 산벽이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벽이 심미적으로 뛰어나긴 하지만, 돌 하나하나를 끈으로 묶어 땅속에 묶어놓는 식이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보강재가 필요없는 옹벽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민 이사는 “레디락의 경우 가로 1030mm, 세로 1172mm, 높이 457mm의 블럭 크기에 한 면의 무게만 1톤이다. 이 자체만으로 무겁기 때문에 보강재가 필요 없다”고 했다.

심미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유리해졌다. 그는 “레디락 옹벽은 산벽에 비해 절반 가격이고, 보강토 옹벽에 비하면 두 배 비싸긴 하다. 하지만, 최근 자재가격의 상승으로 아파트 단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철근 등의 자재가 들어가는 보강토 옹벽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공원에도 생태적인 측면이 중요해지면서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부시키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

㈜휴플러스(HUPLUS)는 기존과 다른 데크로 산림청 신기술 인증,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을 받았고,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240종의 모델을 올렸다. 

송의섭 대표는 “기존에는 정형화된 자재로 획일적으로 단조로운 형태의 데크들이 많았다. 이런 획일화된 형태와 색상을 피하고 싶어 부정형 원목을 활용해 데크를 만들었다”며, “원목 자체의 생김새를 살렸기 때문에 데크에 사용된 원목의 모양이 들쭉날쭉해 심미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오히려 데크 시설물이 주변 환경을 해치는 경우가 있는데, 휴플러스는 자연과 하나 되는 ‘감성 데크’를 추구한다. 이런 강점으로 인해 휴플러스의 데크는 생태환경 주변, 휴양림, 산림장, 유아숲, 어린이 놀이터 등에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맨발 걷기 등 자연을 통한 건강 활동이 트렌드가 되면서 덩달아 발전하는 아이템도 있다. 세족장과 흙먼지 털이기가 대표적이다.

㈜한양그린파크 조우형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전국에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바람이 불면서 공원 곳곳에 수도들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발을 닦은 후 물기를 말리기 위해 옷이나 티슈, 수건 등을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에 불편함이 따랐다”며, “이에 세족장과 에어 드라이어를 합친 복합형을 올봄에 새로 디자인해 내놨다”고 말했다.

겨울처럼 추울 때는 먼지떨이로도 사용할 수 있어 사계절 모두 활용 가능한 이 제품은 전국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원에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바깥 활동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조경 아이템은 필수가 됐다. 

조달청에 경계석과 판석을 납품하고 있는 ㈜제주스톤은 가공공장에서 만들고 남은 잔석들을 업사이클링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작해 내놨다.

박원석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규격에 맞춰 경계석과 판석을 맞춰 가공하다 보면 잔석들이 남게 된다. 이 잔석들은 레미콘 회사나 콘크리트 회사에 시멘트 만드는 용도로 갈아서 보내게 되는데, 이런 자재들만 한 달에 보통 5톤 가까이 된다”며, “남은 자재들이 단순히 이렇게 쓰이는 게 너무 아까워 업사이클링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무암 자체는 보존 자원으로 귀해 원래 외부로 반출이 불가했지만, 제주스톤은 현무암 반출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어디서든 천연자원을 찾는 고객에게 납품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인테리어 때문에 많이 찾고, 대기업과 개인 고객도 많다고 한다. 

박 부장은 “보존 자원이라 예전에는 석고나 인공현무암으로 소품을 만들었지만, 우리 제품들은 천연 현무암”이라며, “천연이기 때문에 제습효과가 뛰어나 습도조절에 좋다. 더욱이 제주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 때문에 힐링에도 좋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해 제품을 내놓은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다섯 달 전보다 1700%나 올랐을 정도로 반응이 상당히 좋다. 가격도 3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합리적이다. 제주도 관광 관련 제품 판매업체를 비롯해 교보문고 핫트랙스, 텐바이텐,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JAJU)에서 만날 수 있다.  

인기 제품은 디퓨저라고 한다. 현무암 자체가 오일을 머금고 있다가 천천히 발향을 시작하기 때문에 은은한 향을 느낄 수 있다고 박 부장은 설명했다. 오일도 제주스톤에서 직접 개발해 비건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이외에 명함 홀더나 카드 홀더 종류도 실용적이어서 많이 찾는 제품이라고 한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