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설계된 규제시스템은 혁신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잘못 설계된 규제시스템은 혁신을 파괴할 수 있기에, 산업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규제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개최한 ‘2024 APEC 중소기업 규제혁신 포럼’에서, 혁신과 규제개혁은 시너지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있었던 반혁신 규제로 ‘스마트폰 심박수 측정앱’ 사례를 들었다.

양 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 심박 측정앱을 개발했을 당시 한국 정부는 심박을 측정하는 앱은 의료기기에 해당하고, 스마트폰에 이 앱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의료기기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 양 회장은 다행히 정부가 이러한 의사를 철회했지만, 하마터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마트폰에 심박측정 어플을 포함시키지 못하는 나라가 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신규 기업의 진입이나 수출 장벽이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혁신 중요=양 회장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내 대부분의 경제가 노동과 자본 자원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총요소생산성(TFP)을 미국 1로 기준했을 때, APEC 대부분의 국가들이 1 미만의 수치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즉, 자원 할당과 활용에 있어 비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며, 주요 원인으로는 뒤처지고 있는 혁신을 꼽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3세계혁신지수(GII)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혁신지수는 종합 10위이며, 2022년 6위 대비 4단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인적자원 및 연구, 인프라, 시장성숙도, 사업성숙도, 지식 및 기술성과, 창의적 성과 등으로 평가되는 세계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인적자원 및 연구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제도분야는 32위 그리고 시장성숙도에서는 23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은(SMEs)은 전체 기업의 97%를 차지하고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GDP의 40~60%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에서 의미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다.

양 회장은 성장과 혁신에는 중소기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민첩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혁신을 더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자원이 부족하며, 대기업이 보유한 전문지식과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13일 개최한 ‘2024 APEC 중소기업 규제혁신 포럼’ <사진=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양 회장은 그러나 규제샌드박스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심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운영기간이 짧다고 봤다. 양 회장은 샌드박스 시험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규제나 법률 변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규제샌드박스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만 규제를 완전히 우회하는 것은 아니라며,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면서도 규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 회장은 규제환경의 합리성을 강조했다. 기존의 규정이 오래된 기술이나 오래된 사회윤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와함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중소기업 규제관리시스템은 규제 내용과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규제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규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양 회장은 필요한 경우 기술발전에 따라 기존 규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며, 혁신적인 기업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보다는 경쟁정책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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