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가 499일만에 공식적으로 운영을 마치고, 지난 16일 서울시청 인근의 부림빌딩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롭게 마련된 공간은 기억과 추모, 소통의 의미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실내에 마련했고, 공간 이름도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으로 이름 지었다. 

서울시는 10·29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를 이전하기로 유가족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부림빌딩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유가족들이 희망하는 장소는 시 소유여야 하고, 1층에 위치해 있으면서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이라며,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을 찾기 어려운데 다행히도 부림빌딩이 유가족이 원하는 곳에 충족하는 곳이어서 이곳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단, 부림빌딩은 올해 말 재개발될 예정이어서 추모의 공간은 오는 11월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시 행정국, 재개발 사업수행자 측과 협의로 공사 일정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사용하도록 협의를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태원참사 유가족 측은 추모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희생자 진세은 양의 아버지인 진정호 씨는 “서울시청 광장에 천막 형태로 마련했던 희생자 분향소는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는 곳이었다”며, “새로 장소를 옮긴 이곳은 투쟁보다는 기억의 의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추모공간은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다”며, “이곳은 좀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그날을 함께 기억하고, 아픔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와야 해서 시민들이 많이 와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오피스 밀집지역에 점심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첫날치고는 추모객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또 다른 희생자 송영주 양의 언니인 송지은 씨 역시 철거 예정인 건물 안에 있다 보니 건물 안에 직원들도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송 씨는 중기이코노미에 “서울시청에 천막 형태로 있을 때는 점심시간에라도 사람들이 오가다 많이 봐주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함께 관심을 가져줬는데, 이곳은 찾아서 와야만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아쉽다”며, “오늘 아침 10시부터 있었는데, 정식으로 추모공간을 연 첫날인데도 찾아주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 걱정된다”고 했다. 

이런 걱정 속에서도 관심을 갖고 일부러 발걸음을 해준 시민도 있었다. 김주민(24세) 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시위에도 참여하는 등 이태원 참사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며, “문득 지인과 관련 얘기를 나누다 생각이 나서 가봐야겠다는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추모공간이 옮겨졌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청에 가보니 이미 옮겨져 있었다”며, “부랴부랴 찾아보고 나서야 부림빌딩으로 옮겨졌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가깝고, 1층에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서울시 측은 강조했지만, 실제로 기자가 찾아보니 관심을 갖고 찾지 않으면 눈에 띄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약 5개월 후인 11월 이후부터는 또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한다. 

유가족 진정호 씨는 “이태원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지자체에서 추모시설이나 추모공간을 계속 제공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와 계속 협의해서 새로운 장소를 찾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광장 점유에 따라 부과되는 변상금도 유가족 측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유가족 측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시민대책회의 측에 변상금을 청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작년 2월부터 4월6일까지 62일 치를 부과해 작년 10월에 납부했다”며, “4월7일부터 6월12일에 해당하는 2차 변상금은 13일 자로 부과한 상태이며, 이달 말일이 납기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소유의 부림빌딩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재개발로 철거를 앞두고 있어 11월2일 이후에는 정부와 협의해 다른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