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엘니뇨로 인해 2023~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5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폭염일수 역시 2018년 연 합계 31일을 기록한 데 이어 지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에 따라 온열질환자 발생 수도 나날이 늘고 있는데, 3년간 경기도의 온열질환자 수는 연평균 2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연평균인 8.4%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취약인구, 공간정보, 지역적 분포를 고려해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폭염 속 숨겨진 이웃을 보호합시다’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에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32명 중 80세 이상이 50.0%를 차지했고, 이중 실외에서 발생한 환자가 81.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온열질환 발생 장소를 살펴봐도 실외 2243명, 실내 575명으로 실외가 3.9배 많았다. 직업별로 보면, 단순 노무종사자가 21.0%, 무직 12.1%, 농림어업 숙련종사자가 8.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령인구와 실외작업이 많은 농촌지역의 온열질환자는 전국 평균보다 2배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상당수의 농업인이 온열질환을 겪어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을뿐더러, 농업인 76%는 무더위쉼터조차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더위쉼터의 이용 비율이 낮은 이유는 이미 집에 냉방시설이 있거나, 무더위쉼터가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 폭염 시 야외 이동이 어려운 연령인 점도 이유로 꼽혔다. 즉, 무더위쉼터를 만들 때, 취약계층의 거주 분포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국가의 사례를 보면, 공간별 열 쾌적성 평가정보를 기반으로 인구·사회·경제적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 대응 취약지역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냉방시설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거나 정보 취득의 한계로 폭염 위험인지가 불가능한 계층 등 스스로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는 취약계층을 선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의 고용노동부, 질병관리청 등 전문기관에서 취약지역 및 취약계층 등을 설정하고 있지만, 민원 및 이슈 발생지역과 업종을 선정한 선언적 정보에 불과하다는 게 경기연구원의 분석이다. 경기도 내 10개 지자체에서도 폭염 피해예방 관련 조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을 설정하지 않고 추진되는 저감시설, 쉼터 운영, 취약계층 지원사업과 같은 이슈 대응,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등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효율적인 폭염 대응정책을 위해 연구원은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열 환경 취약지역 공간정보를 기반한 대응사업 시행 ▲폭염 대응의 실질적 주체인 기초지자체의 정책 실효성 강화 ▲도시의 열 쾌적성 확보를 위한 공간구조 개선 사업 ▲경기도 취약계층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경기도 담당 조직 구성 ▲거버넌스 중심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이 제시됐다. 

연구원이 최근 과천시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라이다(LiDAR) 기반의 수목, 건물, 지형, 일사량 등 3차원 정보를 구축해 고도화된 열 쾌적성 평가 기반의 취약지역을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주거용 건축물의 인구구조와 공간정보를 구축해 중첩 분석함으로써 해당 도시의 열 쾌적성 등급별 인구와 열 쾌적성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수 및 연령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에 같은 방법론으로 경기도 전역의 취약지역과 인구구조 정보를 작성 중에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후, 경제적 특성 및 건강정보 등을 반영한 취약계층의 공간정보를 구축해 폭염 대응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뒷받침할 정보를 경기도와 31개 시군에 제공할 예정이다. 

경기연구원 김한수 기후환경정보센터장은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간과 대상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며, “세부적인 열 쾌적성을 분석한 공간정보에 기반한 취약지역 설정이 중요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문 사회, 경제, 건강 등을 고려한 취약계층을 설정해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