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21일 낮 11시 56분, 미국 동부 시간으로 20일 밤 10시 56분이면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사다리를 통해 달 표면에 발을 디딘지 정확히 45주년이 된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던 그의 외침처럼, 이것은 1960년대를 마무리짓는 찬란한 불꽃놀이와도 같은 순간이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노력이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에 수많은 족적들을 남겨왔지만, 이 날의 달 착륙에 비견될 사례는 없었다. 이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암스트롱이 말한 ‘위대한 도약(Giant Leap)’의 ‘시즌 2’ 격인 ‘나사의 차기 위대한 도약(NASA's Next Giant Leap)’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는 화성이다. 인류가 이 행성에 발을 딛게 된다면, 지구 아닌 다른 별에서의 삶이라는 ‘근원적’ 질문에 답할 단초가 얻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면서, 달은 신화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몸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 수많은 신화와 전설, 그리고 상상력의 원천이었던 달나라는 버즈 올드린의 탄식대로 ‘장엄의 황야(Magnificent Desolation)’,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아무 것도 없는 황야로 귀결돼버린 것이다. 달나라에 계수나무며 옥토끼가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거짓말’하는 것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존재를 강변하는 것보다 쓸모 없는 일이 돼 버렸다.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Apollo)가 로마신화 태양의 신 아폴로의 누이인 달의 신 디아나를 찾아간다는 설정으로 명명됐다면, 중국의 달탐사선 ‘창어(嫦娥)’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 설화의 선녀 ’항아‘의 중국식 발음이다. 시어머니 신(神)이 남편에게 내린 불사약을 훔쳐먹고 혼자 달나라로 도망쳤다는 그 항아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달 탐사차량 옥토끼(玉兎, 위투)를 실은 위성 창어3호를 달에 착륙시키며 3번째 달착륙 국가가 됐다. 이 프로젝트도 ‘창어번웨(嫦娥奔月)’, 즉 ‘달로 도망가는 항아’라고 명명됐다.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계획 성과는 1호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천신만고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로 요약될 것이다. 전자는 약 260억원, 후자는 5000~6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둘 다 기대했던 ‘파급효과’는 얻지 못했다. 이 박사의 행보를 ‘먹튀’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나라의 관련 인프라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 중론이라면, 나로호 계획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폴로11호 성공과 오버랩되며 고소(苦笑)를 자아낸다.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인간을 달 표면에 올려놓겠다”던 케네디 대통령의 공언은 1960년대를 5개월 정도 남겨두고서야 현실로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나로호 계획은 한 술 더 떠, 레임덕을 지나 후임자 취임 준비가 무르익을 때까지도 ‘성공’ 사인을 받아들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조급증’, ‘보여주기 정치의 진수’, ‘우주계획 아닌 우주쇼’ 등등 비아냥이 난무했고, 그 이후로 우리의 ‘우주계획’에 큰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2025년으로 예정돼 있던 달 탐사 계획을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입밖에 낸 적이 있지만 진지하게 실행가능성을 따져보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어떠한 종류의 거대한 계획도 ‘산업’과 ‘수출’, 그리고 ‘경제유발효과’로 귀결해야 하는 나라에서,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세칭 ‘우주개발 그랜드 디자인’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 고유의 ‘이야기’를 담은 우주선과 우주인이 달을 딛는 순간, 기대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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