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지금, 시니어를 위한 관광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관광수요가 정체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경기연구원은 지난 3월4일부터 4월10일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령자 238명을 대상으로 관광약자 관광 활동 실태 및 인식을 조사한 ‘시니어 관광 1천만 시대를 열자’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내 시니어 관광객을 약 822만명으로 추정했다. 2024년 발간한 ‘2023년 국민 여행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여행 경험률이 84.5%로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한 수치다. 따라서 이들의 여행 경험률이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2030년 시니어 관광객은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가 불편함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관광환경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시니어들이 여행을 망설이는 가장 큰 요인은 불편한 교통편(2.95점)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프로그램 부재(2.86점), 정보 부족(2.78점), 여행경비 지원 부족(2.78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시니어들이 관광지에서 힘들었던 이유 역시 경사나 계단 등 이동 환경에 대한 불만족(23.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 부족(7.6%), 프로그램 부재(7.1%)에 대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관광활동 촉진을 위해 지자체가 추진해야 할 사업 역시 교통수단 확충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7%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편의시설 확충(58.0%), 관광코스 개발(53.4%) 등을 꼽았다. 

이에 연구원은 시니어 세대 누구나 편하게 관광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과 시니어 관광상품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 추진전략으로 고령층의 신체활동 수준을 고려한 시니어 관광코스 개발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 방문객의 이동 편의성 제고를 위해 관광지 내 모노레일 및 관광열차 등 도입 ▲관광지 정보를 누구나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개선 ▲거주지 또는 교통 거점(전철역 등)과 관광목적지를 연결하는 교통수단 확충 등이다. 

보고서는 시니어 세대가 여행 시 동반자로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에도 주목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의 70.6%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또한, 71.4%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여행 정보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니어 세대가 여행에 있어 동반자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고 있고, 여행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경기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에 연구원은 여행바우처를 통한 수요자 맞춤형 시니어 관광상품을 제안했다. ▲바쁜 중장년 자녀들을 대신해 투어케어 인력이 시니어들과 동반 여행을 떠나는 돌봄 관광상품 ▲‘엄마와 딸 여행’, ‘부자(父子) 여행’, ‘삼대(三代)가 떠나는 여행’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관광상품 ▲은퇴 후 부부관계를 개선하고 은퇴자의 노년기 적응 지원을 위한 맞춤형 관광상품 등을 예로 들었다. 

경기연구원 정대영 연구위원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획일화된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니어 계층을 위한 맞춤형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시니어가 관광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여행 활동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시니어 관광상품도 다양화해 이용자 관점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