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생산성이 2010년대 이후 정체되고 있는데, 기업의 혁신실적이 질적 측면에서 개선되지 못한 데는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축소된 점 등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벤처캐피털의 기능을 개선하며, 창업도전을 격려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이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과학, 기술, 지식 등을 활용해 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활동지표인 우리나라 기업의 R&D 지출규모를 보면, 2022년 기준 GDP대비 5.25%로 2001년 2.3%, 2011년 3.6%와 비교해 증가했다. 이는 OECD회원국 중 이스라엘(6%)에 이어 두번째에 해당한다.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4위다. 미국은 전 세계 기업이 경쟁하는 대규모 내수시장이기 때문에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실적을 측정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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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의 혁신활동지표가 양적으로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생산성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도 둔화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년~2020년 연평균 0.5%로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는 기업의 생산성 성장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혁신실적의 질적측면 개선 미흡 ▲중소기업의 혁신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혁신신생기업의 진입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혁신실적의 질적측면 개선 미흡=기업의 특허출원 건수는 증가했지만, 혁신실적이 질적 측면에서 개선되지 못한 데는 기초연구 지출비중 축소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은 2010년대 들어 기초연구 지출 비중을 줄여왔다. 2010년 총지출의 14%를 차지했던 R&D 지출비중은 2021년 11%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간 글로벌 기술경쟁 격화,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성과 추구 성향 확대, 혁신비용 상승 등으로 제품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며 기초연구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혁신실적의 질은 기업 생산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출원한 특허건수 가운데 대기업이 기여한 비중은 95%에 달해 대기업이 우리나라의 양적인 혁신실적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혁신실적 질적지표인 특허피인용건수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의 혁신자금조달 어려움 가중=중소기업이 혁신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된 것은 벤처캐피털의 기능 부족일 가능성이 언급된다. 보고서의 분석결과를 보면, 벤처캐피털 접근성이 높을수록 혁신실적이 개선되는데, 이러한 효과는 M&A나 IPO와 같은 투자회수시장이 발전돼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털 접근성은 낮아지고 투자회수시장 발전은 더뎠으며, 민간의 역할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혁신조사에 따르면, 저업력 중소기업 가운데 외부자금 및 내부자금 부족을 혁신저해요인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제조업의 경우 2007년 9.9%, 12.8%에서 2021년 45.4%, 77.6%로 각각 늘어났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2011년 9.8%, 19.7%에서 2020년 44.9%, 66.8%로 각각 증가했다.

◇혁신신생기업의 진입 감소=혁신신생기업 진입이 감소한 데는 혁신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창업보다는 취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 등이다. 즉 혁신창업가를 적극 육성하기 위한 교육환경과 사회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기초연구 강화, 벤처캐피털 기능 개선, 창업도전을 격려하는 환경조성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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