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압박 높았지만…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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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압박 높았지만…아직은 아니다 한은, 3.5%로 동결 “긴축기조 유지하며 금리인하 시기 검토”

기사입력2024-07-11 14:28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와 여당이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거론하고 경제단체들이 금리인하 관련 조사결과를 내놓았지만, 통화당국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3.5%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이유를 들었다.

한은의 결정에 앞서 정부와 여당 등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지난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이달 들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원희룡 당대표 후보와 윤상현 후보들이 금리인하를 주도하겠다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재계 역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은 금통위를 앞둔 이번주 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업 전망과 대응’ 조사결과를 통해, 금리인하 시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투자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고금리 기간 동안 재무상황 악화를 겪었다거나, 신규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한 사실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전망은 금리동결로 기울어져 있었다. 금융투자협회가 7월 초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63개 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는 7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1%는 25bp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투협은 “물가오름세가 완연히 둔화하며 긴축완화 조건이 점차 충족되는 것으로 보이나, FOMC 의사록 발표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신중론이 재확인되어 7월 금통위에서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금리인하 압박이 심했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보면 아직은 인하할 때가 아니란 판단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심상치 않은 환율과 가계부채 상황

이처럼 어느 때보다 높은 금리인하 압박에도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 상황이 나아졌지만, 환율과 가계대출 등의 상황 악화로 인해 쉽사리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은은 고금리의 가장 큰 이유였던 인플레이션에 대해 최근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고 봤다. 6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폭 축소 등으로 2.4%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한달전과 같은 2.2%를 나타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앞으로도 국내 물가상승률은 완만한 소비 회복세, 지난해 급등한 국제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물가 상황이 안정됐으니 일자리와 경기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에 힘이 실릴 것 같지만, 금통위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 추이도 불안정하고 가계부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로 외환시장을 들었다. 한은은 “장기 국고채금리가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면서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엔화·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 약세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짚었다. 주택가격도 비수도권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수도권에서는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잠재해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 또한 금리인하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금리인하 시기가 빠르게 찾아볼 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여전히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하와 같은 큰 변화 없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먼저 인하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