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550개 협력사 8만여 종사자 ‘풍전등화’

2025년
7월 12일(토)

중기이코노미TV 경영정보 오피니언 우린 중기인 예술을 읽다 핫클릭

보내는 기사	팬택 550개 협력사 8만여 종사자 ‘풍전등화’

Live 중기산업뉴스

팬택 550개 협력사 8만여 종사자 ‘풍전등화’ 채권단·이통사 줄다리기…워크아웃 여부 25일, 반전 일어날까

기사입력2014-07-2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1일 중소기업청은 2013년도 결산 기준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매출 1조원을 넘긴 벤처기업은 모두 8개사였으며, 팬택은 지난해 매출이 1조3356억원으로 조사대상 중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 신화의 상징인 팬택은 그러나 워크아웃과 부도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18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이동통신사들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워크아웃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팬택은 이미 지난 10일 만기가 돌아온 220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28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일인 25일까지 워크아웃 여부가 결정나지 않으면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만일 팬택이 부도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면 협력사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 협력사 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등록된 팬택 협력사 수는 550여개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협력사들이 팬택으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2000억원이 넘어섰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10일 팬택이 220억원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협력사 중 일부는 이미 금융기관으로부터 압류통보를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측은 회사의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고정비 지출이 계속되면서 도산절차에 들어간 회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중에는 통신장비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혁신기업이나 소재전문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50여개사는 정부 R&D를 수행 중인 기업이기도 하다.

협력업체 전체 종사자는 8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대부분은 7월부터 무급휴가 중이라고 알려졌다.

협력사 협의회는 지난 14일 전체 받을 매출채권의 10~30%를 탕감하겠다는 결의를 했으며, 17일에는 SK텔레콤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동통신사들에게 팬택 회생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SK텔레콤의 오늘이 있기까지 팬택의 SKY브랜드와 VEGA브랜드의 가교역할이 있었다”며 “2004년 SK가 소버린사태로 경영권분쟁의 위기에 있을때 당시 팬택앤큐리텔 이사회에서는 곤경에 빠진 SK그룹을 구하기 위해 1000억원의 우호지분을 사겠다는 백기사역할도 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통신사 중 1위인 SK텔레콤이 앞장서서 팬택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다.

협력업체들이 SK 앞에서 집회를 가진 이유는, 팬택 회생의 키를 이동통신사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K텔레콤 900억원, KT 500억원, LG유플러스 400억원 등 이통사가 보유한 팬택 채권 180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팬택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부도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생각하기 힘들다. 지난 5월말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31일 현재 팬택의 최대주주는 지분 11.96%를 보유한 미국의 퀄컴이다. 이외에 산업은행이 11.81%, 삼성전자가 10.03%, 농협이 5.2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개별 단위금고들의 보유지분 합이 12.07%다.

팬택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처음 워크아웃을 겪고 난 이후다. 퀄컴과 삼성은 채권을 출자전환하면서 주주가 됐으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사실상 채권단이 보유한 회사였다. 지배구조 상 외부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꺼리는 이유로, 삼성과 퀄컴의 사례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팬택의 시장가치가 상승하면서 지분을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이통사의 줄다리기 가운데 협력사들의 미래는 더욱더 암울해지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인 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진다해도, 팬택의 정상화에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통사 대리점에는 70~80만대의 재고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협력사들은 향후 6개월 이상 일거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사 협의회는 정부와 국회에 사태 해결을 위해 지원에 나서줄 것도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 팬택 공장이 위치한 탓에 경기도의회도 팬택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이통사간 줄다리기 속에 팬택의 미래가 어떻게 결정될 지는 안갯속이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명운을 결정한 25일전에 극적 반전이 일어나기만을 기대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