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비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한국 상품을 직접 구입하는 역직구 수출이 10년전보다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역직구 수출 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직접판매액은 2014년 6791억원에서 2023년 1조6972억원으로 늘어났다. 

최대 해외직접판매 시장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2019~2020년 정점을 찍은 뒤 우리나라로부터의 직구가 크게 감소했다. 보고서는 중국 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다수 등장한 결과로 풀이했다. 

반면 미국으로의 해외직접판매는 의류·패션제품과 음악 관련 상품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기준으로 음반·비디오·악기 비중이 2018년보다 9.3%p, 의류 및 패션제품의 비중은 7.5%p 상승했다. 화장품은 2018년 이후 수출 금액과 비중 모두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부터 반등했다. 

일본으로의 역직구 수출은 팬데믹 이후 의류 판매가 감소하며 일시적으로 축소됐으나, 최근 화장품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에만 해도 의류·패션제품은 일본으로의 역직구 수출 중 70%를 차지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해외직접판매는 빠르게 성장해 올해 1분기 판매액이 이미 2017년 연간 판매액을 넘어섰다.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9.7%에서 2024년 1분기 46.4%로 크게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역직구 수출에서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역할을 꼽았다. 

◇‘풀필먼트’가 역직구 확대 중심=보고서는 해외직접판매 구조에 대해 전자상거래 판매자와 이커머스 플랫폼, 물류사 등 다수 기업의 협력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판매자에게 물품 구입을 요청하면, 판매자는 물류업체를 통해 제품을 발송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최근 온라인 주문 발생 시 상품 준비·포장·통관·배송 등 전 과정을 판매자 대신 플랫폼 기업이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의 풀필먼트 서비스가 소비자의 편의 제고와 영세 판매자의 시장진출 지원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최근 한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이커머스 기업의 해외직접판매 사례에서도 판매자와 소비자의 편의를 모두 고려하는 효율적 풀필먼트 서비스가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쿠팡은 대만에 현지 물류센터를 구축해 로켓직구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G마켓은 올해 2월 몽골 시장 1위 기업인 쇼피와 협력을 통해, 국내 판매자의 몽골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베이는 물류 협력사 린코스와 함께 상품 검수, 통관, 배송을 담당하는 통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 특화플랫폼 구축 필요=보고서는 “의류·화장품 등 기존 주력 상품 외에,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음식료품 등의 역직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국내 영세 판매자 및 제조업체가 해외직접판매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민관이 다방면에서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해외 주요국의 수입품 품질요건, 원산지 규정 등 규제 정보를 플랫폼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스템 측면에서도 증가하는 수출 통관 물류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세관 운영의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직접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중소 제조업체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에 특화된 입점 및 수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통관 원활화 및 운송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해외 물류 및 이커머스 기업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현지 수입통관과 물류서비스 구축이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지역 로컬 물류 기업과의 협업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는 특정 부문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플랫폼 풀필먼트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패션, 뷰티, 전자기기 등 업종별 특화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품목별 시장조사, 진출전략 수립 및 판매자 모집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고, 판매상품의 보관 방법 및 포장 종류를 최소화해 판매 과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