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레베르거는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해 전시공간 일부를 관객을 위한 카페테리아로 변모시키는 대규모 설치작품 ‘Whatever You Love, Will Bring You to Wines’(2009)를 선보였고, 이 작품으로 수상하게 됐다. 디자인 업체와 협업해 카페테리아로 변모시킨 이 작품은 전시작품이자 전시공간이며, 비엔날레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에게 휴식장소였다.

그는 예술에 일상의 영역을 끌어들였고, 동시에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레베르거는 이 작업으로 그가 생각하는 미술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가 생각하는 미술은 시그니처 패턴처럼 사용하는 ‘대즐 카무플라주(dazzle camouflage)’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줄무늬 패턴이라고 할 수 있는 대즐 카무플라주는 인지감각에 혼란을 주고자 도입된 패턴이다.

토비아스 레베르거, ‘Whatever You Love, Will Bring You to Wines’, 2009. <촬영=Wolfgang Günzel, 출처=https://317.is/cafeteria-tobias-rehberger/>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해양 화가 노먼 윌킨슨(Norman Wilkinson)이 개발한 이 패턴은 바다에서 배를 숨기기 위한 시각적 교란 전략의 일환이다. 강력한 시각적 패턴과 불편한 병치, 충돌하는 색상으로 보는 사람의 시각을 혼란스럽게 하여 배의 형태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너무 눈에 띄게 해 모습을 감추는 흥미로운 방식이다. 이는 보여주는 것과 감추는 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이다. 레베르거는 대즐 카무플라주가 매우 시각적이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반(反)시각적’이라고 표현하는데, 강력한 시각성을 지닌 이미지를 ‘반(反)시각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지만, 그게 가능한 현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즐 카무플라주는 대립된 것이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반대 상황도 중첩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레베르거는 대즐 카무플라주를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에 시각적 강렬함을 더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패턴을 순수미술에 적용해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공간을 일상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상과 예술의 경계도 해체했다. 

그에게 미술은 구분된 어떤 것이 아니라, 마치 대즐 카무플라주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보임’과 ‘숨김’까지도 겹쳐있는, 경계 없는 다층적인 개념인 것이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홍익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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