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EU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최종안이 EU 의회를 통과해 7월25일 발효됨에 따라 수출 대기업은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관련 인증에 국내 기관이 채택되도록 하는 한편 국내 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ESG 제고 관점에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는 최근 발효된 EU CSDDD 최종안이 EU 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안보다 다소 완화된 측면이 있지만, EU CSDDD가 시행되면 결국 대기업의 공급망 파트너인 중소기업의 책임부담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EU CSDDD는 기업의 공급망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및 인권 관련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기업에 실사와 정보공개 책임을 의무화한 지침이다.

EU 회원국은 2026년까지 EU CSDDD를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실사의무는 2027년부터 2029년 사이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2027년부터 근로자 수 및 순매출액 규모가 큰 기업에 우선 적용되며, 2029년부터는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EU 회원국은 위반 기업에 대해 글로벌 순매출액 기준으로 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대한도로 설정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자연인 또는 법인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은 민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보고서는 향후 EU CSDDD에 따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등 후속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정책당국과 국내 기업은 정확한 정보 수집 등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EU 수출기업은 1만8043개로 전체 수출기업 9만5015개의 19%를 차지한다. 대기업 573개, 중견기업 1221개, 중소기업 1만6249개다.

향후 EU CSDDD 대상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관련해 정책과제 조사를 한 결과, EU CSDDD에 대한 전체 기업의 인식 수준은 2022년 조사를 실시한 이래로 2024년까지 낮은 수준이다. 원청기업의 58%, 협력사의 61%가 본사의 EU CSDDD 대상기업 여부를 모르고 있으며, EU 수출기업이라고 응답한 49개사 중에서도 30개사(61%)가 EU CSDDD 적용대상 여부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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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수준 또한 평균 이하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 대상 기업의 50% 내외가 EU CSDDD에 대한 내용 및 준비사항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실사를 실시한 기업은 4%에 불과했고, 실사 시행계획이 있는 기업 역시 14%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EU CSDDD 발효에 따른 후속조치 진행 상황 및 EU 내 국내 법률 제정 등에 대한 동향 등을 파악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영향 등을 분석해 제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EU CSDDD에 따른 인증기관 적합성 평가 가이던스에 따라 외국 인증기관 만의 독무대가 돼 국내 기업에 과도한 비용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국표준협회나 한국생산성본부 등 국내 대표기관 중에서도 인증기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EU CSDDD의 부속서에 포함된 인권 및 환경 협약리스트 중에 한국이 가입하지 않은 협약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가입하지 않은 협약의 경우 국내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EU 집행위원회가 30개월 이내에 준수계약에 대한 가이던스를 마련할 예정이고,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의 경우 협력사를 대상으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법무부 및 고용노동부는 원청기업과 협력사 간의 표준계약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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