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늘려 의료서비스 혜택이 지방까지 고르게 닿아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해 의료계의 반발과 갈등을 불러왔다.

증원을 통해 지방 의료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지방 의대에 돌아가야할 입학 정원은 사실상 서울 및 수도권 의대에 채워졌으며, 지방 병원의 인프라 부족 대책은 마련되지 못해 정책 신뢰성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응급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 임시방편으로 응급실에 파견한 군의관들은 응급실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에 다시 기존 근무지로 돌아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와 여야는 의료계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뜻을 모았다. 늦게나마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하겠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미 불신의 골이 깊어진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2025·2026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한데 대해, 대통령실은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다.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 자체의 필요성에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 부족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의 장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의료계의 우려를 충분히 경청하고 정책 수립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몽니는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이를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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