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중국의 부상에 맞서 한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국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10.6% 증가에 그쳤다. 조사대상인 주요국은 유럽 10개국과 기타 11개국을 합쳤는데, 전기차 판매의 98%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2023년에만 해도 연간 28%가 늘어난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가 올해 들어 크게 주춤한 것이다. 

국내에서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지난해 배터리 전기차 판매가 거의 늘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는 15.3%나 줄었다. 배터리 전기차가 부진한 대신, 최근 하이브리드 계통 차량의 판매는 크게 늘었다. 세계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나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에 각각 51%, 33.3%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도 58.7%, 17.1%가 늘었다. 

한국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거의 팔리지 않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각각 44.1%, 28.7%가 증가했다.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각각 38.6%와 22.3% 늘어 증가세가 위축됐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의 세계시장 비중은 68%를 넘어섰고, 중국시장을 제외한 여타 세계시장에서도 21%가 넘는 전기차가 중국산이었다. 

이미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적지만, 유럽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중 중국산 비중이 올 상반기 18%를 넘어섰다. 

후발국 시장은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절대적인데, 태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의 84.2%가 중국 브랜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브랜드 전기 승용차가 판매되지 않지만, 중국산 테슬라가 본격 수입되면서 중국산 비중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33.1%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높은 가성비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조사기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주요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평균 가격이 여타 브랜드의 1/2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은 중국 내 잘 발달된 부품 공급망에서 기인하며,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배터리와 관련 소재라고 분석했다.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의 7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세계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절대적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의 위축에 대해 우려하며, “국내시장도 세계시장 수준에 맞추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국내에서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만 빠르게 늘고 있어 세계시장의 동향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터리 전기차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산 전기차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스마트화, 디자인 등에서 중국과 차별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이 이뤄져야 하고, 관련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요구된다”고 했다.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 가격 경쟁력의 구체적인 원천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완성차뿐아니라 부품에 이르기까지 생산방식의 혁신이 이뤄져야 하며 가장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는 중국 가격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인산철(LFP) 배터리에 대한 대응이 당면과제라고 꼽았다. 한국 배터리 업계도 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단순히 중국업체들 따라가는 수준으로는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 더 나은 성능과 더 싼 가격의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할 경우 한국이 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