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 및 갑을 분야의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추진 방안’을 지난 9일 발표했다. 사후규제 도입, 규제대상 확대, 정산주기 단축, 판매대금 관리 및 의무 강화,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공정위는 당초 발표했던 ‘사전 지정’ 방식이 아닌,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한다’는 방침을 밝혀 플랫폼 규제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공정위는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에 대해 반경쟁행위를 신속히 차단함으로써 시장경쟁 질서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사후 추정 요건은 ▲1개 회사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이거나, ▲3개 이하 회사 시장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다. 또, 위의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액(계열사 포함)이 4조원 미만시 사후 추정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다.

그러나 이같은 공정위의 방침은 글로벌 플랫폼 규제 흐름과도 역행하며,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최근 공정위가 임직원을 동원해 리뷰를 조작해 고객을 유인한 행위로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쿠팡’이나, 1조원이 넘는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티메프’, 그리고 7000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44% 인상해 논란이 된 ‘배달의민족’은 정작 독과점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EU-DMA(디지털시장법)형 지배적 플랫폼 ‘사전 지정’ 제도 도입 방침을 발표했지만, 업계의 반발에 법 제정을 보류해왔고, 결국 이번에 사후 추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던 자율규제는 1조3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킨 티몬·위메프의 대금 미지급 사태와, 배달앱의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경영파탄을 경험하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뒤 해당 플랫폼이 독과점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다는 공정위의 이번 입법방향은 사건 발생을 예방할 수도 없고, 사건 발생 후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데 시간을 보내 피해를 보전하기도 어려우며, 제2의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도 그리고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규율할 수도 없는 유명무실한 규제일 수 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 공정화를 위한 대안은 이미 국민적 논의와 국회의 입법발의를 통해 나왔더, ‘독점규제법’이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그것이다.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법 개정으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로 인한 소비자 입점업체와 연관기업까지 그 피해가 너무 크고, 생태계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지체없이 독점규제법과 온플법을 제정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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