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명절이 국민들의 소비 불씨를 살리고, 내수경기를 보름달처럼 환히 밝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추석은 예로부터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기념하는 명절이었고,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도 지내다 보면 평소보다 소비가 늘어나는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지극히 자연스런 이치임에도 경제부총리가 추석에 대해 소비를 살리고 내수경기를 밝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비부진이 올해 추석까지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평가가 벌써 10개월이나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실린 지난 7월의 소비추이를 보면 상품소비와 서비스소비가 모두 미약한 상황이다. 상품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는 2.1% 감소했는데,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와 컴퓨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이 3.0%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심지어 높은 상승률을 이어온 온라인쇼핑 서비스거래액 역시 1.7% 성장에 그쳤다.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e-쿠폰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든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에 찬물을 끼얹은 모습이다. 

민간소비가 부진한 이유는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결과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9월호는 높은 물가수준을 소비부진 원인의 첫 번째로 꼽았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민간소비를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가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동시에 가계의 소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소비에 나서야 하는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소비가 부진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임금상승률이 뛰어오른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실제로는 소득이 줄어든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심지어 소비하는 물품의 수량을 줄였음에도, 실제로 나가는 지출은 더 늘어나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의 보고서는 명목임금의 상승과 고물가 추세의 완화가 겹치면 점차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적 요인, 자영업자 업황 부진은 소비 회복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은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인구구조적 요인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지만, 출산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를 촉진해야 할 사안이다. 

자영업자의 업황부진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는 문제 역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계의 소비 자체를 활성화시켜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일 것이다. 추석 명절을 계기로 연말까지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추가할 필요성이 보인다. 

추석 명절의 따스함이 저절로 소비활성화와 체감경기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 기대하며 손놓고 있기엔 민간소비와 가계경제의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정부가 민간소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마땅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