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를 내릴 경우 서울의 집값 상승폭이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의 금융안정 상황을 논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논의된 ‘금융안정 상황(9월)’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23년 4분기 사이 주택가격지수를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25%p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상승률은 1년 이후 0.43%p 더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0.83%p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이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집중 분석한 이유는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지난 19일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인하에 나서자, 이에 대한 기대강화와 더불어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산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부채 급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란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를 직접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대출금리 인하의 원인이 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고서는 대출금리 하락이 주택구입 부담 경감 및 매수심리 강화 등을 통해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짚었다. 

문제는 아직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기도 전인 올해 2분기에 시장금리가 먼저 하락했고, 2분기 이후 주택매매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통화정책 피벗(전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되는 과정”이란 평가다. 

7~8월에는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2%가 넘는 서울 자치구가 15곳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경기 등 수도권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가격 상승세가 점차 서울 여타지역과 인접한 수도권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금리인하로 인해 민간신용 증가율이 경제성장 속도를 상회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매매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이 올해 2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빠르게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하락은 주택 매수심리 및 가격 상승기대를 강화시키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인하로 취약부문의 대출 건전성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PF 사업장의 이자부담이 경감되면서 신규 연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직접효과 이외에도, “금리인하에 따라 부동산거래가 늘어날 경우 PF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관련 대출 건전성이 개선될 여지”와 같은 간접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금융불균형의 확대는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인하 기간중 금융불균형 정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2010년 이후 2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기에 금융불균형 축적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각각 17.4에서 27.6로, 33.5에서 56.2로 상승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자산가격, 신용시장 부채 규모, 금융기관 복원력 등 39개 지표로 산출한다. 

2012년 2분기부터 2017년 3분기 사이에는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민간신용이 증가하고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상승으로 복원력이 저하되면서 FVI가 상승했다. 2019년 2분기에서 2021년 2분기중에는 팬데믹 이후 부동산시장 및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금융불균형이 확대됐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금융여건 완화시 취약차주 및 부동산PF 등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부담이 완화되는 등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동산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누증 등의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간 조화로운 정책조합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규주택 공급대책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가격의 상승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수요측 요인에 의한 주택가격의 과도한 상승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거시건전성정책 운용도 요구된다”고 짚었다. 

따라서 “우선 이미 발표한 정책들을 예정대로 일관되게 시행하는 가운데, 특히 스트레스 DSR의 안착을 유도해야 할 것”이며,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미리 준비하고 부동산가격 안정 및 정부의 가계부채 비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도록 정책 공조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