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내수부진이 성장의 위기신호로 부상하면서, 결국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에서 3.25%로 0.25%p 낮추기로 11일 결정했다.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2021년 8월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긴축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전환됐다. 

금통위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다. 금융투자협회가 9월말부터 10월초 사이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61개 기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설문응답자 중 64%가 10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8월 금통위를 앞두고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는 동결이 90%, 인하 전망이 10%였다.

금투협은 이에 대해 “미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50bp 인하) 단행 및 9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 1%대 진입”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예상이 크게 증가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선 설명처럼, 물가와 가계부채 상황은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금리를 인하했을 때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은은 국내경제에 대해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또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고 봤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지난 8월에 비해 전망(금년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기간 지속된 내수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들어 민간소비는 1분기보다 0.2%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 GDP도 0.2% 감소하며 침체 조짐이 보였다는 데 있다. 민간소비는 2022년에만 해도 연간 4.2%가 늘어났는데, 2023년에는 1.8%로 주저앉은 바 있다. 소비부진이 눈에 보였던 지난해 4분기만 해도 0.4% 성장을 기록했는데, 올해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내수부진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다. 

이에 한은도 “향후 성장경로는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 및 IT 수출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처럼 내수부진이 심각했음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지 못한 이유는 물가와 가계부채에 있다. 그런데 한은은 “국내 물가상승률은 안정세가 뚜렷해졌다”며 금리인하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았다. 

9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가격의 큰 폭 하락으로 1.6%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0%로 둔화됐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하회하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8월 전망치(2.5%)를 소폭 하회할 것”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의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상승률이 지난 전망(2.2%)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주택시장은 수도권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도 축소”됐으며, “지방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면서,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상당폭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