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배출 비중이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탄소감축 기술개발 예산 확대 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주요국 정책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총배출량 대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뒤이어 중국, 독일, 미국, 일본 순”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잠정치 기준 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38.9백만톤으로 한국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에서는 약 38.3%를 차지했다. 

전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었는데, 중국의 산업분야 배출량은 전체의 32.1%였다. 비교 대상 중에서는 한국과 중국 만이 산업분야 배출량이 전체의 30%를 웃돌았다. 이어서 독일 23.0%, 미국 22.9%, 일본 21.9% 순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국가는 산업부문의 배출량이 전체의 20% 수준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제조업과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에 있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28.4%로 높으며,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금속 산업과 화학 산업 비중이 가장 높아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구조”라고 짚었다. 

한국과 함께 산업부문 온실가스 비중이 30%를 웃돈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29.3%로 비교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금속 산업과 화학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중국(7.7%)보다 높은 7.8%이며, 미국이 3.5%로 가장 낮았다. 한국의 온실가스 전환이 시급하지만 어려운 과제인 이유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 비교를 위해 주요국의 투자, 기술개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기준으로 정성 평가한 결과, 독일이 가장 앞선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전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서는 다소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에 비해 전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대규모 투자가 활발한 미국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나 203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 모두 독일이 가장 높았고, 한국은 두 항목 모두에서 비교 5개국 중 최하위였다. 에너지 전환 투자금액 역시 중국이 가장 높았고 이어서 미국과 독일, 일본, 한국 순이었다. 

철강 생산에서 저탄소 전력 비중은 독일(46%)이 가장 높았고, 미국(38%), 한국(33.9%), 일본(28%), 중국(27%) 등의 순이었다. 전체적인 에너지 전환 수준은 독일이 가장 앞선 가운데 일본, 미국, 한국, 중국의 순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한국의 에너지 전환 수준은 석유화학에서 최하위로, 시멘트 산업에서 중국에 앞선 네 번째로 평가됐다. 

이에 보고서는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탄소저감 기술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이를 활용한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이 지속 추진될 필요가 있다”면서, “탄소감축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중립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2030년까지 전체 철강분야 지원 예산은 총 2097억원 수준인데, 이는 철강의 저탄소화를 위해 55억 유로(약 8.1조원)를 지원하는 독일이나 2030년까지 4499억엔(약 4.2조원)을 지원하는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시의적절한 구축을 통한 청정에너지 기반의 전력 생산 및 사용이 동반돼야 저탄소 전환이 가능”하다면서, “기업들이 RE100 등 재생에너지 관련 이니셔티브 참여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를 이행하고 궁극적으로 저탄소 전환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중은 8%로 36개국 중 32위이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22년 기준 9.2%로 세계 평균인 30% 수준에 크게 못미쳐 인프라 미비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특히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차원을 넘어 전환을 위한 기업과 산업부문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 산업의 국내 이탈을 방지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