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광역버스 입석금지가 전면 시행되면서 시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그러나 입석금지 대책을 제때 마련하기는커녕 아직도 업계의 의견을 검토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3일 일부 언론들은 수도권 광역버스의 하차문을 없애고 좌석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입석이 금지되면서 출근길 대란이 발생하자, 좌석수를 늘려 탑승인원을 조금이라도 늘려보자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같은 날 “광역버스 구조변경을 통한 좌석확대는 그동안 버스운송업계에서 지속 요구해 온 사항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가 교통안전공단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이러한 업계의 요구가 안전 등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토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같은 해명은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논란은 전면시행일인 지난 16일이 아니라, 무려 3개월 전인 4월부터 시작됐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인 4월22일 국토부가 경기동남부와 서울간 노선을 운행하는 운수업체들을 대상으로 고속도로 입석운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연락을 취했고, 이에 한 운수업체에서 바로 다음날인 23일 입석운행 금지를 전면 시행한 바 있다.

급작스런 입석금지 조치에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국토부는 “대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수도권 이용객들의 교통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속 대신에 운송회사에 고속도로 운행 중 안전속도 유지를 지시하는 등 안전운행에 대한 계도·홍보를 실시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해당 운송회사도 입석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국토부는 기존 운송사업자의 증차, 전세버스 공동배차, M버스 운영 등의 대책을 지자체와 논의하기 시작했다. 3개월여의 논의 끝에 지난 16일 다시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시민불편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업계가 건의한 제안사항 역시 검토 중일 뿐이라는 점은 실망스럽다.

심지어 고속도로 입석금지는 사실상 새로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더욱 문제다.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 진입 차량의 승객이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의 입석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었다. 시민들의 불편 등을 고려해 당국의 묵인해왔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더욱 높아졌다. 입석금지 조치의 목적인 고속도로 안전운행에 대해서는 광역버스 이용승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했어야 한다. 최초 대책마련 시점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업계의 건의사항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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