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할망바당’은 말 그대로 ‘할머니의 바다’, 나이가 들어 물질이 힘든 할머니 해녀를 위해 젊고 물질 잘하는 해녀들이 조업하지 않고 비워놓는 얕은 바다를 말한다. 나이 든 해녀에게는 무형의 연금이자, 현물 아닌 ‘노동의 기회’를 보장받는다는 면에서 매우 선진적인 사회안전망인 셈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출연자 사이에는 ‘개콘 장학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뜬’ 연기자들이 돈을 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동료들과 나누는 것이다. 이를 받은 사람이 자리를 잡으면 장학금을 내 또 다른 동료를 돕는다. 누구 하나의 눈에 띄는 자선에 의지하지 않고, 성공하면 다른 사람에게 갚아주면 되니 눈치를 볼 이유도 없다. 다른 이에게 장학금으로 갚을 수 있을 정도로 빛을 보지 못하는 연기자도 많겠지만, 구성원의 하나로 경쟁시스템을 돌리는데 기여했으니 크게 개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서귀포해양경찰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 지역에서 발생한 해녀 사망사고 18건 중 13건이 70대 이상 고령자였다. 해경은 이를 고령화에 따른 체력저하가 익사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느슨해진 ‘할망바당’을 다시 살리는 대책에 들어갔다.

개그콘서트는 ‘무한경쟁’으로 유명하다. 공개녹화에 서기 위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경쟁을 펼치고, 여기까지 살아남았다 해도 반응이 “아니다” 싶으면 방송에 나오지 못한다. 인기 있는 연기자나 아이템이라도 쉽게 안심하지 못한다. 무대 뒤 수많은 경쟁자들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박명호 교수가 지난 8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률, 노령자에 대한 사회지출, 노령 고용률, 자살률, 장애인노동자 관련 법률 수, 타인에 대한 관용 등의 수치는 OECD 꼴찌다. 3년 전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 높은 자살률의 이유 중에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구조’를 윗 순위에 뒀다.

경쟁은 사회의 역동성을 담보한다. 구성원에게는 훌륭한 동기부여 요인이다. 그러나 이를 떠받치는 사회안전망 없이는 기능하기 힘들다. 경쟁에서 뒤처진 구성원들도 몸을 추스르고 내상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곡예일 수 있다. 자만심에 ‘오버’할 수도 있고, 몸 상태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불운에 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삐끗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안전그물에 몸을 맡기면 된다. 다시 외줄 위로 올라가거나, 관객석에 합류해 박수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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