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여행(주) 황윤하 대표   ©중기이코노미

“세월호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이 더 충격”

여행업계에서는 이런 충격이 세월호의 여파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고의 여파도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이 이 충격을 더욱 오랫동안 끌고 가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도 한몫했다. 일시에 수학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제 금지조치를 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금지조치가 풀렸다고 일시에 학교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는 힘듭니다”

수학여행 재개 조치는 지난 1일 내려졌지만 교육부가 수립한 교통안전, 숙소인증, 안전요원 등 제반계획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미정인 상태여서 학교 입장에서도 수학여행을 할래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여행업계는 시장이 뚜렷하게 세분화돼 있습니다. 저희처럼 패키지를 하는 회사는 패키지여행을 하고, 수학여행업계는 수학여행을 하고 골프여행업계는 골프여행만 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가서 이 메뉴 잘 안팔리니 메뉴 바꾸십시오 하면 쉽게 바꾸지 못해요. 게다가 바꾸고 싶어도 바꿀 게 없습니다. 체험여행도 캠핑도 다들 불경기여서요”

황 대표는 여름 바캉스 시즌에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가을까지도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의 가을학기 개학과 추석연휴가 겹치는 9월 역시 여행업계에서는 중요한 대목이 될 수 있다. 이 시기까지 여파가 이어지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생각하기 힘들다.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여행만 30년째, 여행업계 베테랑

황 대표는 국내여행업계에서만 30여년을 종사해온 여행업계의 베테랑이다. 홍익회가 운영하던 홍익여행에 1986년 입사한 뒤 지금까지 여행업계를 떠나지 않았다. 홍익여행은 2000년 민영화됐고, 회사를 계속 다니던 황 대표는 이후 직접 여행사를 차려 운영하다 홍익여행이 경영난에 빠지자 직접 인수하게 됐다. 일시적으로 회사를 떠났던 황 대표가 다시 회사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처음부터 몸담았던 첫 직장이니까, 애착도 있고 했기 때문에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익여행은 100% 기차를 이용한 패키지 상품을 보유한 여행사다. 전국의 기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차를 이용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경춘선 등을 타고 여행을 다니던 기차여행의 낭만을 아는 연령대 높은 고객들이 기차여행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여행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버스여행에 비하면 가격이 다소 높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버스여행의 경우 40명 타는 버스라면 최소 20명이 타야 운행이 되지만, 기차여행은 원래 운행하는 기차의 일정 좌석을 확보해서 운행한다는 점에서 인원의 제약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최근 트랜드인 자유여행 형태에도 기차여행은 잘 어울린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에어카텔’이라는 여행방식이 유행입니다. 항공과 렌트카, 숙박만 업체가 제공하고 현지에서의 여행은 자유여행과 마찬가지로 여행객이 직접 정하는 방식이죠. 기차여행 역시 기차와 숙박을 전담하고 여행객이 자유여행을 다니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 시즌에는 부산같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열차와 숙박만 제공받고 여행객이 바다 등지로 자유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자유투어 문화가 확산된 것은 여행시장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황 대표는 “해외에도 배낭여행을 많이 가고 있지 않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여행객들도 과감하게 자유여행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받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트랜드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런 트랜드에 잘 맞춰 나가는 회사들이 성공적으로 살아남고 있다.

홍익여행은 기차여행과 함께 레일바이크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여수와 아산의 폐노선 일대 땅을 임대해 기반시설을 직접 시공하고 레일바이크를 운영 중이다.

절경으로 유명한 여수는 여름 휴가 관광지로 손꼽힌다. <사진=홍익여행>

“체험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레일바이크를 도입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여수 등지에는 항상 여행자가 있으니 자연히 레일바이크 이용자들도 있죠” 

패키지 여행을 이용하지 않고 자가용으로 움직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도 자유여행자의 한 형태다. 이런 여행객들이 여행지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여수는 워낙 경치가 좋고, 레일바이크 전 구간이 바다를 끼고 가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고 한다.

관광지로 유명한 여수와 달리 아산은 관광지라기보다 수도권 인근 산업도시의 성격이 더 크다. 물론 아산 온천단지의 경우 주말에는 콘도 등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산 내에 있는 현대와 삼성 공장의 종사자 인원이 많기 때문에 산업도시적 성격이 더욱 크다. 상대적으로 주말에 가족들이 함께 놀러오는 지역의 성격이 더 크다고 한다.

최근에는 캠핑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홍익여행은 아산에 직접 투자한 글램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램핑(glamping)이란 고급스런 캠핑을 의미한다. 직접 텐트를 구입하고, 현장에서 직접 텐트를 치는 등의 활동을 하기 어렵지만, 캠핑을 하고 싶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제반 장비 일체를 대여해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최근 글램핑이 크게 유행을 하고 있어요. 성수기 때는 좀 비싸지만 비성수기의 주중에는 5~6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 가격부담도 적죠”

‘여행업체의 대표는 어떤 곳으로 여름휴가를 떠날까?’ 궁금해진다. 황 대표는 “저는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다쪽을 많이 다녔다. 여수에서 가까운 섬인 하화도를 최근 갔었는데, 경치가 아주 비경이고 조용한 여행지여서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 무거웠던 황 대표의 목소리는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점점 밝아졌다. 즐겨 다니는 섬들을 소개하며 반짝이는 눈에서, 넓고도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갔다. 올 여름, 남도의 바다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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