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9일 외환시장 시작과 함께 145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 3월 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400원대룰 웃돌며 불안하던 환율은 미국의 금리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크게 치솟았다. 

간밤에 열린 미국 연준의 연방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시장의 예상대로 정책금리가 0.25%p 인하됐다. 하지만 문제는 연준 위원들의 내년도 금리전망이 당초보다 크게 높아졌다는데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내년도 금리인하 횟수가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역전 상황 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에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높은 환율이 물가를 자극할 경우,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힘든 경제 상황에, 내년도 소비지출을 줄일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왔는데 주된 원인이 고환율과 고물가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중순 실시한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0%가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에 비해 평균적으로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 수준별로 내년 소비 전망을 나눠서 보면 ▲소득1분위(하위 20%) 6.3%↓ ▲2분위 4.0%↓ ▲3분위 0.1%↓ ▲4분위 1.1% ▲5분위 1.2%로 조사됐다. 하위 60%까지는 내년에 소비를 줄일 계획이며, 상위 40% 역시 소비를 소폭 늘리는데 그칠 것이란 의미다. 

한경협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반비례해 소비지출 감소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내년 소비를 줄일 것이란 응답자들은 원인으로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다음으로 소득감소‧실직 우려(15.5%), 세금및 공과금 부담 증가(8.5%) 등이 있었다. 

전체 국민들이 꼽은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 등이 있었다. 

반면, 오히려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음식료품(23.1%) ▲주거비(전‧월세, 전기‧가스‧수도 등, 18.0%) ▲생필품(화장지‧세제 등, 11.5%) 등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적인 지출이 발생하는 필수 소비재 품목에 국한됐다. 

한경협은 내년 성장률 전망이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국민들은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 이외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 중에서도 고환율·고물가 지속(43.2%)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시장(부동산 등) 위축(12.7%), 부채 및 금융시장 불안(10.6%), 금리인하 지연(10.3%), 급여인상률 둔화(6.1%) 순이었다. 

소비가 다시 활성화되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2026년이 24.6%(상반기 14.8%, 하반기 9.8%), 2027년 이후가 16.0% 순이었다. 기약없음이란 응답도 35.1%에 달했다. 반면 이미 활성화(2.5%)나 2025년(상반기 5.8%, 하반기 16.0%)이라는 응답은 24.3%에 불과했다.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가계 형편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다. 응답자의 42.2%가 가계 형편이 악화(악화33.0%, 매우악화 9.2%)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2.2%(개선10.7%, 매우개선 1.5%)로 악화 응답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5.6%였다.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2.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완화(20.1%), 금리 조절(11.3%) 등을 지목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