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사회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까지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법사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27일 본회의 상정은 무산됐다. 여당과 경제단체 등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다음 본회의 교섭단체간 협의할 것을 당부했다.

상법 개정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지기를 희망했던 투자자들의 기대는 다시 허물어졌다. 여당은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과 기업들의 반발이 길어질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더욱 요원해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시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정부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1월 9일 한국거래소는 102개사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고, 참여한 기업들은 시가총액 기준 41% 이상의 성과를 거뒀으며, 자사주 매입은 2.3배 증가, 주주환원도 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여전히 참여기업 수가 적고, 주식시장 전체로의 확산이 더디다는 한계가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이 자본시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상법 개정 역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한 선진자본시장으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우리기업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조치다.

기업의 성장과 이익은 곧 주주가 바라는 바이며,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이번 상법 개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소액주주들이 경영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기업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보다 민주적인 경영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또,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할 경우 전통적인 주주총회의 물리적 제약을 해소하고 모든 주주가 동등한 조건에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투명한 의사 결정과정을 보여주며, 기업 운영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켜 주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에게 이번 상법개정안은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손해가 됨에도 지배주주가 자신만의 이익을 우선한 의사결정이 빈번했던 지금까지의 지배구조 변화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수도 외국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영계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투자에 참여하는 주주들과 함께 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야당 또한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이 보다 투명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여당과 경영계에 설득해, 조속히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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