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을 이유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범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이 29일 시행됨에 따라 28일 관련 Q&A를 배포했다. 이 지침은 하도급법 제12조의3에서 금지하는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에 대한 명확한 심사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기술자료 제공 요구가 가능한 사유 예시가 현행 심사지침은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정위가 설명한 개정의 배경이다.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법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현재 기술자료 제공 요구가 가능한 9가지가 예시돼 있는데, 일부 예시의 경우 원사업자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해당 제품 자체에 대한 사양점검 및 테스트만으로도 판단이 가능한데도 ‘거래 개시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한 부품 승인에 필요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라는 예시를 확대해석해 관련 도면 등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술자료 유용은 사전 예방이 중요한데도 현행 법령과 지침의 내용과 형식이 복잡해 실제 거래과정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제기돼 왔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이번에 개정된 심사지침은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예시를 위탁 목적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대표적인 경우로 한정하도록 했다. 기존 9개 예시 중 불가피성이나 대표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예시는 삭제하고 나머지 4개 예시는 내용을 구체화했다.

기술자료 제공에 따른 정당한 대가 지급 관련 내용도 명확하게 규정했다. 정당한 대가(대가지급 여부, 지급액수 등)는 해당 기술자료의 권리귀속 관계, 사용범위 등에 따라 사전에 협의할 사항이며, 협의 범위를 넘어서는 기술자료 사용은 대가지급 시에도 위법임을 명시한 것이다.

아울러 단순 열람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정보 도용도 기술유용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관련 예시도 내놨다. 예를 들면 원사업자가 거래 개시 등을 위해 수급사업자가 제시한 제품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단순 열람한 후 이를 도용해 자신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거나, 제3자에게 해당 디자인을 제공하여 제품을 생산토록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배포된 Q&A는 법 적용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 법상 기술자료의 의미 및 범위 등을 정리했으며,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기술자료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과 절차도 쉽게 정리했다.

예를 들어 하도급계약에 의해 부품(A)을 제조·납품하고 있는 수급사업자에게 새로운 부품(B)의 제조를 위탁하기 위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기술자료 제공·요구 또는 유용행위가 발생한 경우, 해당부품(B)에 대한 최종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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