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국내 주가의 향방도 엇갈리고 있다. 수혜 업종인 조선과 방산이 크게 상승한 반면,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3월호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올해 2월 24일 사이 국내의 조선·방산 주식 가격은 60.7%나 급상승했다. 한은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수요 증가, 각국 방위비 증액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밖에 인터넷(18.9%), 제약(5.7%) 등의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진 업종도 있었다. 철강 업종의 주가는 17.2%나 내려앉았다. 자동차 역시 3.2% 하락했다. 공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거나, 관세부과에 착수한 업종들이다.

이같은 현상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1기 당시에는 관세정책 시행 및 이에 따른 무역분쟁 확대 영향으로 국내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출범 전만 해도 국내 주가는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장기간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다. 2017년 중 코스피가 22% 상승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정책을 시행하던 초기인 2018년 1월부터 7월 사이에는 태양광패널·세탁기 등 일부 품목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조치 발표 등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보고서는 “주가지수 자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말부터 2018년 7월 5일까지 코스피는 8.5% 하락했지만,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02배 수준으로 장기평균(2010년 이후 1.07배)에 가까운 선에서 등락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장기화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실적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자 주가가 상당기간 크게 하락했다. 2018년 7월 6일부터 2019년 8월 23일 사이 코스피는 13.7% 하락했고, 코스피 PBR은 1.03배에서 0.79배까지 내려앉았다. 

보고서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국내 주가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국내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호무역 강화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해 하락”해 왔고, “반도체 등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비상계엄 사태 등이 주가 추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며 밸류에이션도 장기평균을 상당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미국이 관세부과 발표와 유예·번복을 반복하면서 대상국과의 협상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점, 조선･방산 등 미 신정부 정책 수혜업종의 경우 실적개선 기대가 높은 점 등도 향후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보편·상호관세 확대 및 이에 대응한 각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분쟁이 확산 또는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의 상승 흐름이 되돌려지면서 상당기간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최근의 채권시장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할 경우 “미 신정부의 관세정책 강화가 국내 주가 및 장기금리 수준에 미치는 추가적인 영향은 트럼프 1기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격화 또는 장기화될 경우에는 기업실적 및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주가의 하락폭이 확대되고 장기금리도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미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경계감도 높은 만큼 향후 미 관세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