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배수진’ 농성장 차린 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가 거리에 나와 농성까지 하는 이유는 배달앱 기업과의 상생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2월 26일부터 지난 정부주도의 상생협의안에 따라 차등수수료를 적용하는데, 해당 안은 대다수 입점업체의 배달비 수수료가 인상되어 부담이 가중되는 정책이다.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앱 기업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차례 논의를 거듭했지만, 해당 협의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과 다름없다.

최종 상생방안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배달앱 매출 상위 35% 구간의 입점업체에 중개수수료 7.8%, 배달비는 2400~3400원을 적용한다. 배달앱 측에서는 현행 9.8%의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1900~2900원에서 수수료를 2% 낮췄기 때문에 2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있다.

하루 매출 9만원도 상위 35%?…‘무늬만 상생협의’ 우려가 현실로

우선 상생협의체가 처음 추진할 때, ‘배달비용은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수수료는 일부 낮췄지만 대신 배달비용을 인상해 애초 ‘상생’의 취지를 잃었다. 게다가 주문가격 2만5000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철저히 배달앱 측의 이익을 반영한 것이다. 대다수 매장의 최소주문 가격은 2만~2만3000원으로 책정돼 있어 2만5000원어치 상품 주문 기준이 합리적이라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2만원의 최소주문 상품에 맞춰 주문을 할 시 중개수수료 9.8%에 배달비 2900원을 적용하면 수수료 4860원이지만, 상생안에 따라 중개수수료 7.8%에 배달비 3400원을 적용하면 100원이 인상돼 496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배달앱 기업의 과도한 중개수수료, 무료배달 비용부담 입점업체 전가, 음식가격 선택권을 침해하는 최혜대우요구 등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변경된 수수료체계 공지하면서 ‘울트라콜’ 폐지…선택권마저 침해

배달의민족은 대대적인 UI를 개편하면서 새로운 약관변경 내용을 발표했다. 4월 1일부터 ‘가게배달’ 전용인 정액형 광고상품 ‘울트라콜’을 폐지하니 6.8%의 정률형 광고상품인 ‘오픈리스트’에 일괄 가입하라는 내용이다. ‘울트라콜’ 광고는 일명 ‘깃발꽂기’라 불리는 상품으로 원하는 지역에 깃발을 꽂아 가게를 노출시키는 제도다. 깃발 하나당 8만8000원으로 가게에서 자율적으로 배달 건수와 상관없이 고정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깃발꽂기’에 상한제가 없어 입점업체가 노출을 위해 출혈경쟁을 하는 피해가 발생하는 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울트라콜’은 배달의민족의 유일한 정액형 광고상품으로 점주가 건당 수수료 6.8%를 지출할지, 자율적으로 고정비용을 책정해 지출할지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된 제도였다. 배달의민족의 이번 ‘울트라콜’ 폐지 정책은 결국 입점업체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행위인 것이다.

이에 ‘배수진’ 농성단은 지난 3월 12일, 배달의민족을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중 불이익 제공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신고개요는 ▲불공정거래 행위인 거래상 지위남용의 ‘불이익제공’ 건과 ▲약관규제법 위반이다. 배달앱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울트라콜’을 폐지하면서 점주의 선택권을 침해해 불이익을 제공했다. 또한, ‘오픈리스트’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는 입점업체에 대해 ‘가게배달’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약관규제법’ 위반에 해당한다.

배달앱…결국 법적 제도 마련과 상생협의기구 운영을 병행해야

배달앱 기업의 과도한 중개수수료, 무료배달 비용부담 입점업체에 전가, 음식가격 선택권을 침해하는 최혜대우요구 등 배달앱이 진출한 외식시장에 불공정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배달앱 기업 간 무료배달 경쟁을 치르기 시작한 지 꼬박 1년이 지나,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가 거리에 나와 농성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소비자 후생을 위한 이른바 ‘무료배달 경쟁’으로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업계뿐만 아니라 분식, 골목식당도 배달앱 시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매장과 배달앱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가격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가격제’ 대응한다는 논리로 배달의민족은 이제 포장수수료를 6.8%로 부과해 기업 영업매출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대로 ‘제대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결국 배달앱 기업의 일방적인 약관변경, 최혜대우요구, 자사우대 등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규제 기반 없이는 상생협의를 수차례 진행해도, 결국 법적 제도가 미비하면 ‘생색내기’ 상생안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닥친 외식물가 상승과 자영업자 수수료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시켜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시급하고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결국에는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 마련과 기업, 입점업체,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의체 기구가 병행돼야 한다.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와 시민사회단체가 더 이상 거리에 나오지 않게 지금 당장, ‘제대로’ 상생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연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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