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가 268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을 할 자금까지 죄다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동안, 기업신용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상황에 자극받은 가계대출 수요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금융권의 기업대출은 1년전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은은 비은행과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은 2.7% 증가에 그쳐 크게 위축됐다.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는 15%를 웃돌기도 했으나, 이후 크게 둔화됐다. 

반대로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끝에 4분기말 기준으로 2.75%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24년사이 전체 대출 연체율의 장기평균이 1.55%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은 2681.6조원으로 1년전보다 4.8% 늘었다. GDP에 비해 105.2%로 명목 GDP 규모를 웃돌 지경이다. 2023년 106.6%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104.4%)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시대 저금리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비중이 늘어난 뒤, 2022년 고금리 시대로 전환됐음에도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중에서도 부동산PF 대출(187.3조원)은 PF 부실 확대와 구조조정 추진 등의 영향으로 2024년에는 1년전보다 11.8%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난 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에 있다. 

가계 부동산 대출은 2024년말 1309.5조원으로 1년전보다 3.6% 증가했다. 상업용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상가 공실률 상승 등 시장여건 악화로 감소세를 지속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1년전보다 늘었다. 

보고서는 최근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부실 부동산PF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 부동산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잠재 리스크 누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금융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하는 가운데 자산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증가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부문으로의 금융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동산시장 상황을 보면 비수도권은 주택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2월 들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됐다. 3월에는 가파른 상승세가 포착되면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차 확대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부동산시장이 계속해서 불안할 경우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부동산에 자금이 더욱 쏠리게 된다. 기업경영할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현상이 긍정적일 리 만무하다. 

한은의 보고서 역시 “부동산금융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경기부진시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짚었다. 경제·금융·통화당국과 지자체 등이 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부진에 따른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상황이 경기회복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