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오는 4월 2일 수입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원산지 관리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남형우 아덴트 관세사무소 관세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8일 개최한 ‘美 관세부과 관련 수출 중소기업 지원 정책 설명회’에서, “우리는 한국산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세관 입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원재료 등의 원산지가 어디냐를 더 엄격하게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미국으로의 수출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중요한 것은 원산지 관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수입자동차 관세 부과 예고=미국의 무역적자는 오랜시간 누적돼왔다. 지난해 미국은 9184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막대한 무역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지탱해왔다.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소유국이기도 하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자국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외국산 제품에는 더 많은 관세와 규제를 부과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겠다는 전략을 내보이고 있다.

우선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을 발표하고 3월 12일부터 시행했다. 기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인상 조치 면제 및 예외를 무효화하고, 철강 25% 관세 일괄 적용 및 알루미늄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 철강 수입시장에서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으로 피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미국 행정부는 4월 2일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연간 약 51조원 규모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FTA와 별개로 CBP 원산지 검토 필요=남형우 관세사는 “향후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기업들은 한-미 FTA를 활용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FTA 원산지와는 별개로 CBP(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원산지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FTA 원산지는 한-미 FTA 협정에 따라 특혜관세 적용을 위해 증명해야 한다. FTA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면 무관세 또는 저세율 관세가 적용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섬유제품의 경우 기본 12~32%의 관세율을 적용하지만, FTA를 적용하면 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CBP 원산지 기준은 미국 세관법에 따라 모든 수입물품에 적용된다. CBP 기준에 따라 ‘중국산’으로 판명될 경우 안보관세, 보복관세 등 관세를 추가로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또, 원산지 표시가 미흡할 경우 통관이 보류되거나 과태료 등 불이익도 받을 수 있다.

남 관세사는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입이 증가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검증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고 불법 우회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고, 원산지 위반이 되면 통관 지연, 과태료 부과, 반송 리스크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FTA 특혜 여부와 관계없이 CBP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자체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FTA 원산지 증명과는 별개로 CBP 원산지 검토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정보제공요청 CBP Form28 수령했다면=FTA 특혜가 적용되는 수입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미국 세관은 미국 수입자에게 CBP Form28(정보제공요청서)를 요구한다. 미국 내 수입자는 이와관련해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하게 된다.

남 관세사는 “CBP가 이메일로 통지한 CBP Form28을 확인하지 못해 정보제공요청을 기한 내 불응할 경우 FTA 특혜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자와 수출자 간 신속한 CBP Form28 수신체계를 마련해 자료 준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소명자료를 제출한 후에 일부 원재료 원산지 증빙자료가 누락되면 신뢰도가 하락해 보완을 요청받거나, 원산지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작성된 자료에 누락된 사항은 없는지, 생산에 투입된 원재료와의 사실관계가 상호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또, 자료 제출시에는 영어 번역본을 함께 제출해야 하며,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누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자 또는 생산자는 수입자를 거치지 않고, CBP에 직접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28일 ‘美 관세부과 관련 수출 중소기업 지원 정책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원산지…‘실질적 변형’ 있었는지 따져야=CBP 원산지 결정기준은 FTA와 달리, 비특혜원산지 규정인 ‘19 CFR134(원산지 표시 규정)’를 적용한다. 2개 이상 국가의 제조공정이 연결된 경우, ‘실질적 변형기준’ 원칙에 따라 새롭고 상업적으로 구분되는 물품으로 변형된 마지막 국가를 원산지로 판단한다.

CBP 원산지 판정사례를 보면, 중국산 원재료를 통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했으나 19 CFR134 기준에 따른 실질적 변형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중국산 원재료에 대해 실적적인 변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중 보복관세 부과대상이 된다. 실질적인 변형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남 관세사는 “CBP는 수입자들이 수입하려는 물품의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심사제도(Advance Ruling)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품목분류, 원산지 표시, 원산지, FTA 적용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트럼프발 관세에 대기업이 더 큰 충격 입는다
• 관련기사 ㅣ 미 관세 한·캐·멕 타격…중국은 영향 적을 전망
• 관련기사 ㅣ 트럼프 관세…미 대선후 국내 철강주가 17%↓
• 관련기사 ㅣ 트럼프 입에…S&P500 1월말 대비 7% 하락
• 관련기사 ㅣ 대미수출 46% 자동차산업…관세 후폭풍 우려
• 관련기사 ㅣ 미 관세에 경기충격 코앞…경제한파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