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적용하겠다고 한 상호관세에 국내 제조업 10곳 중 6곳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 조사한 결과,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이중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응답은 14.0%였고,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답한 기업이 46.3%였다. 반대로 상호관세를 통해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응답은 0.6%에 그쳤다. 

영향권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원자재를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21.7%)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하지만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도 영향권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3국에 수출하는 기업 또는 내수기업들이 17.9%를 차지했다. 제3국에서 미국의 관세부과가 이미 발표된 중국·멕시코·캐나다는 제외됐다. 

이 밖에 ‘미국에 부품·원자재 수출기업’(14.2%), ‘중국에 부품·원자재 수출기업’(13.8%)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미관세 대상국 이외의 국가와 국내 시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하는 기업,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들도 간접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업종을 보면,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업종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76.7%), ‘중견기업’(70.6%), ‘중소기업’(58.0%) 순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시행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 중 미국의 비중이 46%를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여기에 멕시코 등 타국 생산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약 70~90만대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고 소개했다. 

철강의 경우 수출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로 자동차에 비해선 낮지만, 미국의 시장가격이 높아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시장으로 꼽혀온 만큼 관세정책이 장기화 될 시 우리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미 관세의 영향으로 납품물량 감소(47.2%)를 가장 많이 우려하고 있었다. 이어서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4.0%), 미국시장 내 가격경쟁력 하락(11.4%),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10.1%), 납품단가 하락(6.2%) 등의 문제점도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응 상황에 대해 동향 모니터링 중(45.5%)이거나 대응계획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에 달했다. 

이 밖에 생산코스트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이거나 현지생산이나 시장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3.9%로 조사됐다. 

 

특히 소부장 협력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의 대응계획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영향권에 있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계획이 없다(24.2%)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발표된 자동차 관세를 예로 들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부품업종은 대미 수출 감소, 완성차 수출 감소로 인한 부품수요 감소, 타 국가가 관세를 회피해 국내나 신흥시장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할 가능성 등 미국에 직접 수출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관세 영향권 안에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독자적인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정부가 세부 정보공유 및 세제, 수출금융 등 자금측면의 지원과, 국내 완성차 생산량 유지를 위한 생산코스트 절감을 위한 금융지원, 내수판매 진작책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 등의 간접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상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힘쓰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관세와 같은 대외리스크를 이겨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