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멘토링, 투자자 연계서비스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과감한 모험자본과 전문보육이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 액셀러레이터 제도의 유연화와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명승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지혜·김동아 의원이 최근 개최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정책 토론회’에서, “액셀러레이터 모델의 사회적 의미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라며, “소규모 창업팀이 전통적인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자본뿐만 아니라 사업 역량강화를 위한 전략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창업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창업기업들이 세계적 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초기 단계에서 과감한 모험자본과 전문보육이 공급되는 환경이 필수적이며, “액셀러레이터 제도의 유연화와 활성화는 바로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 열쇠”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액셀러레이터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현재 일률적인 등록기준을 액셀러레이터 규모·성격별로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 1억원인 자본금 요건이나, 전문인력 2인 요건 등의 기준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등록 심사시 정량평가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의 혁신성, 팀의 전문성 등 정성평가를 병행해 요건이 미달이더라도 혁신성이 큰 팀은 조건부 등록을 허용하는 등 신축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액셀러레이터가 조성하는 펀드에 대한 규제를 VC에 비해 과도하게 두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벤처투자조합 결성시 요구되는 출자약정액의 최소치(현재 20억원, AC특례 10억원)를 전반적으로 인하하거나, 결성 신고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한 펀드레이징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펀드의 존속기한 연장이나 투자제한 완화 등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액셀러레이터와 초기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는 창업기획자라고도 한다.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시드 투자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화 지원, 후속 투자연결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전문조직이다. 2016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액셀러레이터는 벤처투자 기능을 갖춘 전문회사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2017년부터 액셀러레이터 등록제를 시행한 후 액셀러레이터의 수는 급증해 2024년 기준 467개의 회사가 등록돼 있으며, 2조800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액을 기록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 네트워크, 시장 연결 등 다양한 지원 인프라가 긴밀하게 작동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액셀러레이터(AC)와 초기 투자자는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국내 초기 투자시장은 여전히 공공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다수의 액셀러레이터 기업들이 자본 잠식 상태이거나 투자 실적이 부진한 사례도 발견된다. 또한 창업생태계 정책과 제도 역시 빠르게 변화하는 창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연계를”=명 부회장은 한국 액셀러레이터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글로벌 연계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해외 우수 액셀러레이터의 국내 유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Y콤비네이터나 테크스타 등 글로벌 TOP 액셀러레이터가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국내 창업팀에게 세계적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코트라 등이 주관해 국내 액셀러레이터와 미주·유럽·아시아 액셀러레이터 간 교차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서로 포트폴리오 기업을 교환 지원하는 방식 등 글로벌 공동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액셀러레이터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제언도 했다. 명 부회장은 “현재 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이 투자지분의 가치상승(엑시트)에 주로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와같은 수익구조는 초기 스타트업의 특성상 투자 회수까지 장기간이 소유되고 실패 가능성도 높아 단일 수익모델로는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액셀러레이터들은 수익모델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VC펀드 결성 및 운용수수료 확보 ▲기업 대상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운영 ▲보육공간 및 컨설팅 서비스 유료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체계적 후속투자 연계프로그램 필요=현재 초기 단계를 졸업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후속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장되는 사례가 적지않다. 액셀러레이터가 배출한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면 투자회수도 어려워지므로, 후속투자 유치는 액셀러레이터 성과의 핵심지표다. 명 부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체계적인 후속투자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액셀러레이터 단계에서 졸업시점에 VC 및 중대형 투자자들을 초청한 데모데이를 개최하고, 이후에도 별도의 투자상담회를 운영해 졸업기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할 때까지 밀착 지원하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업계차원에서 공동 데모데이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개별 액셀러레이터 단위의 데모데이는 투자자 유인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여러 액셀러레이터가 합동으로 대규모 데모데이를 개최해 투자자의 이목을 끌로 매칭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예컨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여러 프로그램 졸업생들이 함께 발표하는 ‘매스 데모데이’가 열린다. 명 부회장은 정부도 액셀러레이터-VC 연계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민간 후속투자가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함께 공공과 민간의 액셀러레이터 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협업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명 부회장은 공공과 민간 액셀러레이터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로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공 액셀러레이터가 민간 부분을 침해하지 않도록 역할을 조정하고 협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역시 공공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공익적 목표에도 부합하는 협력적 경쟁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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