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에서 발생한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사고는 국내 개인정보보호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심 정보는 사용자의 디지털 신원을 증명하는 핵심 데이터로, 유출이 되면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대포폰 개설 등의 범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지난 19일 고객의 유심 관련 정보가 외부 공격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항목은 고객 식별번호, 유심 인증키 등으로, 회사 측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결제정보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심 정보 자체가 고유한 인증값을 포함한 민감 정보로, 디지털 사회에서 개인 신분을 식별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에 이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포폰 개통, 스미싱, 계좌 도용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SK텔레콤의 고객들에 대한 후속 조치다. 사건 발생 이후 약 72시간이 지나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를 게시했으며, 직접 알림이나 문자 안내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고객이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SK텔레콤은 고객보호 조치로 ‘유심 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고객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23년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유출사고 당시 전 고객에게 무료 유심 교체를 제공한 것과 비교하면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통신사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LG유플러스에서는 2023년 1월 약 30만명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유심번호 등 26개 항목이 유출된 바 있고, KT에서는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873만명, 12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중대사고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처벌은 과징금 등 경미한 행정조치에 그쳐 왔다. 실질적인 피해 예방조치나 기업의 책임 강화를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배경에 정보보호 투자의 구조적 부족이 있다고 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의 연간 정보보호 투자 비율은 매출 대비 평균 0.33~0.46%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SK텔레콤은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은 반복되는 사고에 대해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 조사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국민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개인정보보호 장벽 규정…美 디지털 통상압박
• 관련기사 ㅣ 국민 10명 중 7명 인공지능 개인정보 위험 ‘심각’
• 관련기사 ㅣ 작년 개인정보 유출사고 307건…해킹이 절반 넘어
• 관련기사 ㅣ 로봇청소기까지…개인정보침해 논란 생성형AI
• 관련기사 ㅣ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파기’ 관리 수립해야
• 관련기사 ㅣ 개인정보 제재강화…빅테크 등 1500억원 부과
• 관련기사 ㅣ 기업에 의무가 있는 ‘5대 법정교육’ 언제 하지
• 관련기사 ㅣ 무분별한 자료 학습 AI…‘개인정보보호’ 이슈
• 관련기사 ㅣ 해외서버 이용해 고객정보를 처리하려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