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의약품 관세를 2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1일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거해 의약품 및 관련 성분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조사절차에 따라 서면의견서도 접수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 정부 역시 의견서를 현지시간으로 5월 4일 제출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이며, 한국은 미국시장에서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미국의 의약품 수출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은 미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 5번째로 수입 규모가 크고, 수출 품목 중에는 6번째로 규모가 크다. 또 미국은 전 세계에서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며, 전 세계에서 2번째로 의약품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UN 무역통계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은 의약품 943억 달러를 수출하고 2126억 달러를 수입해 118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2023년(875억 달러)보다 305억 달러 늘어났다. 

2024년 기준 미국이 의약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을 보면, 아일랜드(503.2억 달러), 스위스(190.0억 달러), 독일(172.1억 달러), 싱가포르(152.6억 달러), 인도(127.2억 달러) 순이다. 이어서 벨기에, 이태리, 중국, 일본, 영국 순으로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의약품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로 1.87%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이 수입하는 국가 중에서는 16위다. 한국의 순위는 2023년(20위)을 제외하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계속해서 16~1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의 비중은 높지 않지만, 의약품 수출에서 흑자를 보는 쪽은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의약품 교역에서 2024년 기준으로 21억9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등을 주장할 때 특히 강조하는 바다. 미국의 관련업계 역시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제약협회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차별적인 약가 정책과 인증 정책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2025 무역장벽 보고서에도 반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기에 앞서 발표된 이 보고서는 미국의 향후 무역협상이나 관세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무역장벽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약가정책이 과도하고 반복적인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R&D 지원 등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한국내 투자를 인증 기준으로 삼아 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산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공급망 안정과 환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만큼 관세조치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간 의약품 무역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여해 왔으며, 한미간 제약산업·의료시장 규모 차이에도 불구 미국은 한국 내 주요 의약품 수입국으로, 이는 양국 간 긴밀한 경제·보건 협력을 보여준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한국 CDMO 기업은 미국 제약사의 생산 이원화를 지원하며, 공급망 안정성과 환자 약가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펜데믹 시기 양국 공동대응 사례를 예로 들었다. 

따라서 양국간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및 혁신 촉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상호신뢰에 기반한 공급망 구축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발 관세 조치로 인해 위협받는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바이오헬스산업 관세피해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역시 통합상담창구인 ‘관세대응119’를 통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율 확인, 해외투자 진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의약품을 포함해 의료기기·화장품 등 바이오헬스 산업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범정부 통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의약품 품목관세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우리 업계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