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삼태마을숲 전경<사진=국가유산청>

전북 고창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들러야 할 명소가 있다. 국가유산청은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에 자리한 ‘고창 삼태마을숲’을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수백 년 전부터 가꿔온 이 전통 마을숲은 자연과 공동체 정신이 어우러진 고창의 진정한 유산이다.

고창 삼태마을숲은 삼태천을 따라 800여미터 길이로 이어진 왕버들 군락지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전통 마을숲이다. 이곳에는 줄기 둘레가 3미터가 넘고 높이 10미터를 훌쩍 넘는 왕버들 노거수 95주를 비롯해 팽나무, 느티나무, 곰솔, 벽오동 등 다양한 수종의 224그루가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왕버들 군락은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관적으로도 빼어나 사계절 내내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 숲은 단순한 경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옛날 삼태마을 사람들은 바람과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직접 제방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 숲은 방풍림과 호안림 역할을 하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했고, 사람들은 이 숲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대대로 가꿔왔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이 숲이 훼손되면 재앙이 닥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삼태마을숲은 1830년대 이전에 제작된 고지도인 ‘전라도무장현도’에도 등장한다. 이는 삼태숲이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아 왔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이번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는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신앙, 경관을 아우르는 복합적 가치를 인정한 데에 의미가 있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의견 수렴과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이 확정되면, 고창 삼태마을숲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연문화유산의 하나로 공식 등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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